40대 중반인 J씨는 평소에 자신의 인간관계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몇 달간 자신의 다른 면을 발견했다. 회사에서 새 프로젝트를 위하여 각기 다른 부서에서 모인 일곱 명의 팀원들로 새 팀이 구성되었다. J씨도 그 중 한사람이었다. 그런데 인사하던 첫날, 유독 한명이 늦게 왔다. 나이도 젊은 남자 직원인데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사실 전 다른 팀으로 가게 되어 있었는데요”가 그가 꺼낸 첫 마디였다.
순간 J씨는 기분이 확 상하고 말았다. 아니 여기가 어디라고 불평이야,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다른 팀으로 가게 되어 있었든 말든 우리가 알게 뭔가. 더군다나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자기 사정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뭐란 말인가.
J씨는 그에게 형식적으로 인사만 하였다. 모임 시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젊은 사원을 볼 때마다 마음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끓어올랐다. ‘대체 예의도 없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 팀 전체를 생각해야지. 그럼 우리 팀이 싫다는 거야, 뭐야.’
다음번에는 더한 일이 벌어졌다. 팀들을 격려하고 팀원들이 친해질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회사에서 마련한 야유회가 있었다. 운동도 하고 노는 사이 팀원끼리 친해짐은 물론이고 다른 팀들과 정보도 교환하게 되는 자리였다. 정식 회의 못지않게 중요한 이벤트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 젊은 팀원은 아예 오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몸이 좋지 않아서’였다. 어이가 없었다. 이건 분명 꾀병일 거야, 하면서 ‘역시 첫 번부터 잘 안 맞더니 기어이 사고를 치는군. 건방진 놈!’하고 생각했다. 팀 전체를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왔어야만 했다. J씨는 ‘요즘 젊은 것들은 도대체 자기만 잘나서 남을 배려할 줄을 모른다니까. 말세야, 말세!’하고 생각했다. 그 후로 J씨는 팀 모임에서 그를 볼 때마다 싫은 마음이 올라왔다. 젊은 팀원은 다행히 일을 성실하게 해내고 있었지만 도저히 좋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한번 못마땅한 마음을 입력하자 바뀌질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J씨가 중요한 계획을 내놓았는데 팀장이 적극 반대하는 일이 일어났다. 두 사람은 한참동안 논쟁을 벌였으나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J씨는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꼭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 시기를 놓치면 안 될 일인데 도무지 팀장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다른 팀원들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드디어 팀장이 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팀의 공동 책임이 되니 다수결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점심시간동안 생각해 본 후 모여 결정하기로 했다. J씨는 점심이 넘어가질 않았다. 아무래도 반대가 많을 것 같았다. ‘특히 그 젊은 팀원은 틀림없어. 그런 사람이 나의 심오한 뜻을 이해할 리가 없지’ 하면서 공연히 그가 더욱 원망스러워지고 화가 나는 것이었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J씨 계획에 찬성하는 분은 손들어 주세요” 하자 손들이 올라갔다. J씨는 하나, 둘, 셋까지 수를 세다가 다음 순간 앗, 하고 놀라게 되었다.
뜻밖에도 그 젊은 직원이 손을 들고 있지 않은가. 일곱 명 중 네 명이 찬성하여 결국 계획을 실행하게 되었다. 찬성 네 명! 만일 한사람이라도 더 반대했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끝나고 그 젊은 팀원이 다가와 “정말 멋진 계획이십니다. 아까 설명하실 때 감동했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그 후로 J씨는 그에 대한 고정관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회사 야유회 때도 식중독에 걸려 실제로 병원에 입원했었음을 알게 되었다. 다른 시각에서 그를 바라보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 보니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첫 인상이 나쁘자 계속 거기에만 집착해서 그의 좋은 점을 못 보고 인정하기가 싫었던 것이었어요.” 현재는 팀원 중 그가 J씨에게 가장 든든한 역할을 해 주고 있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