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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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행동주의와 불교-4
행동주의 상담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기법으로 강화(强化) 요법이 있다. 이는 학습심리학자인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형성’을 응용한 것이다.
스키너는 ‘스키너 상자’라는 작은 상자를 만들어 배고픈 쥐를 그 안에 넣어 실험을 했다. 이 상자 안에는 지렛대가 있고 그 밑에는 접시가 있다. 접시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배고픈 쥐가 주변 환경을 탐색하다가 지렛대를 누르면 그때 먹이가 접시에 떨어지도록 장치를 해 놓았다. 그러나 쥐가 지렛대를 누를 때까지 실험자가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는다. 쥐가 지렛대 쪽으로 몸을 돌렸을 때 먹이를 주고, 지렛대를 쳐다보면 먹이를 주고, 가까이 한 발짝 다가가면 먹이를 주어서 마침내 지렛대에 직접 조작을 가해 누르도록 유인한다. 이것을 조형(shaping)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지렛대를 눌러 먹이를 얻게 된 쥐는 배가 부를 때까지 계속해서 지렛대를 누르게 된다. 이렇게 어떤 것을 조작하게(지렛대를 누르는 행동) 한다고 해서 조작적 조건 형성이라고 하며, 그에 따라 주는 먹이를 강화자극이라고 한다.
강화자극에는 음식이나 물처럼 유기체의 생물학적인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1차 강화물과, 돈이나 토큰처럼 1차 강화물과 짝지어짐으로써 강화력을 획득하는 2차 강화물, 그리고 인정이나 칭찬, 관심처럼 1차 강화물과 짝지어진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화력을 갖고 있는 사회적 강화물이 있다. 이들 강화자극은 모두 유기체의 본능적인 욕구, 탐애(갈애)를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조건형성이 된 상태에서 만약 먹이(강화물)를 계속해서 주지 않는다면 쥐의 행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쥐는 결국 지렛대 누르는 행동을 멈추고 말 것이다. 쥐가 지렛대를 누른 것은 먹이가 나오기 때문이지, 거기엔 어떠한 의지나 숭고한 지향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지렛대 누르는 행동이 없어지는 것을 ‘소거’라고 부른다.
행동주의상담은 바로 이러한 학습이론을 기본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상담과정은 곧 교육과정이라고 본다. 학습 원리를 이용하여 내담자가 갖고 있는 부적응적인 행동을 소거하고, 강화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적응적인 행동을 학습하도록 돕는다. 가령, 어떤 아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큰소리로 우는 버릇이 있다고 하자. 행동주의 상담가는 이 아이가 큰소리로 우는 행동을 학습했으며, 강화물이 작용했다고 본다. 이때 아이에게 강화자극이 된 것은 주변 사람의 관심이었다. 울면 관심을 보이니까 그것이 보상이 되었던 것이다. 아이의 부적응적인 행동을 소거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큰소리로 울 때 강화물이 되었던 주변의 관심을 철회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의 행동이 바뀐다. 실제로 행동주의 상담은 이러한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데 효과가 크다.
하지만, 앞 회에서 말했듯이 행동주의 상담의 기본 원리는 유기체의 갈애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갈애를 끊고 나아가 윤회의 고리마저 끊고자 하는 불교와 정반대다. 따라서 행동주의 상담은 인간의 행동은 수정할 수 있지만, 인간의 근본 성품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간적 한계를 넘어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교와는 목표점, 지향점이 다르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
2008-09-08 오전 10: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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