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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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 스님(3)
시자, 만일 객승이 스님께 “부처님 없는 세
계를 가져오면 담뱃재를 털지 않겠습니다” 했다면 어찌하겠습니까?
혜암, (주장자로 시자를 때린다)

어떤 납자가 법당에 들어와 부처님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그 연기를 불상에 뿜고, 게다가 담뱃재까지 부처님 손바닥에 탁탁 털고 있었다.
법당 일 보던 노전스님이 나타나 호령하며 따졌다. “감히 어찌 담뱃재를 부처님 손에 터느냐?”
객승이 답했다. “스님, 법당 주련을 보시구료. 불신충만어법계(佛身充滿於法界:부처님 몸이 법계에 충만해 있다)라 써 있으니, 도대체 어디에 재를 털어야 한단 말이요?”
이 법문을 나중에 시자가 듣고 혜암(惠菴, 1886~1985) 스님께 여쭈었다.
“만일 객승이 스님께 여쭙기를, ‘부처님 없는 세계를 가져오면 담뱃재를 털지 않겠습니다’ 했다면 어찌하겠습니까?”
혜암 스님이 시자를 주장자로 때렸다. .그러자, 시자가 또 물었다. “담뱃대는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혜암 스님이 다시 한 번 때렸다.
이 선문답을 알아들으려면 황벽 선사의 선화(禪話)를 먼저 살피는 것이 좋다.
염관 선사 회상에서 황벽 선사가 공부할 때의 일이다. 당나라 훼불의 주역인 무종을 피해 절로 도망쳐 온 한 사미승(뒷날 선종황제가 된다)이 황벽 선사가 지극정성으로 목탁을 치면서 예불하고 있는데, 질문했다.
“부처(佛)에 집착하여 구하지도 말고 법(法)에 집착하여 구하지도 말고 승(僧)에 집착하여 구하지도 말라고 하였는데, 스님께서는 어디에다가 예불을 하십니까?”
제법 아는 체하는 사미승의 질문에, 황벽 선사가 답했다.
“불에도, 법에도, 승에도 구하지 않고 늘 하는 예불을 하고 있을 뿐이니라.”
사미가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예불은 해서 무엇 합니까?”
그러자 황벽 선사가 그 사미승의 뺨을 한 대 후려쳤다.
사미가 “스님께서는 후학을 너무 거칠게 다루십니다” 하고 반발하자, 황벽 스님은 “얻어맞아도 싼 놈이 무슨 거칠게 다루니 마느니 할 게 있느냐?” 하고는 연거푸 두 대 더 때렸다.
법당에서 부처님 손바닥에 담뱃재를 턴 선객은 법계에 충만해 있는 법신(法身)에 대해 알았지만, 형상 있는 불상 역시 법신의 나툼인 줄은 몰랐다. 부처라는 관념에 걸리지 않고 무애자재(無碍自在)한 척 했지만, 부처를 구함이 없이 공경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니 혜암 스님은 삼세 동안의 번뇌를 끊어주는 자비의 몽둥이를 통해 ‘부처도 없는 세계’를 시자에게 대신 보여주었던 것이다.
부처님은 <금강경>에서 무릇 있는바 상(相)은 다 헛되고 망령된 것이지만, “만약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보면 곧바로 진실한 여래를 보게 된다(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고 하셨다. 꿈같은 세상을 꿈이라고 아는 사람은 곧 ‘환상에서 벗어나 깨어나기에(離幻卽覺)’ 법계에 충만한 법신과 있는 그대로의 실상(實相)을 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증도가>의 “무명의 참 성품 이대로가 부처님의 성품이고, 허깨비같은 빈 몸 이대로가 법신이라(無明實性 卽佛性 幻化空身 卽法身)”는 경지가 아닐까.
김성우 객원기자
2008-09-08 오전 10: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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