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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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그 곳에 계신 부처님
2007년 12월 31일, 사형수 몇 사람이 무기로 감형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10여 년간 진심으로 참회하여 새 사람이 된 불자들도 있습니다. 다음은 무기수로 감형된 한 불자의 시입니다. 이 시들은 그가 여전히 죽음을 대면하고 있던 시절에 지은 것입니다.

작은 기도

제가 밟는 땅과 숨 쉬는 공기에서
당신의 지혜를 느끼게 하시며
마음을 아래에 두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평등심을 갖게 하소서.
다른 이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게 하시며
세상 만물 중 작은 하나임을 가슴깊이 느끼게 하소서.
삶 속에 고통의 바다를 만날 때
당신의 고행을 생각하게 하시며
피하기 보다는 순응케 하시어
스스로 졌던 짐을 스스로 내려놓게 하소서.
걸음걸이 하나에 수많은 생명이 있음을 알게 하시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내 몸같이 아끼게 하시어
함부로 가벼이 여기지 않게 하소서
한마음 거둘 때가 오면 맑은 정신으로 그 때를 맞게 하시어
한순간 낙엽이 떨어지듯 세상에 인연이 다한 날
선한 눈매 선한 웃음으로 그 곳으로 갈 수 있게 하소서.

그 곳에 그 사람이 있다

모두가 외면하는 그 곳에 그 사람이 있다.
몸도 마음도 쇠사슬에 묶여
절망의 눈물 흘릴 때,
가만히 손수건 내민 사람이 있다.
내가 어둠이었을 때 자신의 빛이 죄인양
스스로를 꺼버린 한 사람이 있다.
세상의 돌팔매에 멍든 가슴을 감출 때
자신의 가슴을 먼저 보여준 사람이 있다.
내가 삶을 낭비하여 끝을 얘기할 때
따스한 눈으로 시작임을 말해주는 한 사람이 있다.
고통 속에서 증오를 떠올릴 때
더 가까이 다가앉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람처럼 온다 아무런 얘기도 없이,
원래 있던 것처럼 그렇게 찾아온다.
그는 물같이 스며든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원래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스며든다.
고통과 절망이 있는 곳에 그 사람이 있다.
바람이 되어 물이 되어, 그 곳에 그 사람이 있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고통과 증오와 업이 사라지는 날까지 항상 그 곳에 둘 아니게 자비로서 함께 하시며 지옥중생들을 이끌어주실 모든 부처님들의 은혜에 엎드려 감사 올립니다.
2008-09-06 오전 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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