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바뀌면 경제가 살아난다? 무슨 미신인지 알 수가 없는 소리다. 요즈음 경제라는 것은 한 개개인의 소신이나 식견에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 자체가 엄청나고, 또 전문인과 기업가의 총체적인 노력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어찌 한 대통령의 뜻에 의해 그리 쉽게 살아나고 죽고 하겠는가 말이다. 과감한 실천력이 돋보이는 대통령이란 것이 나쁠 것은 없지만, 그 실천력이 쉽사리 경제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스운 일일 것이요,
또 그렇게 한 개인의 뜻에 의해 쉽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한 개인의 뜻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경우, 그 뜻이 바르고 목표 설정이 정당하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러나 만약 반대라면? 엄청난 추진력과 결단성을 가지고 남들이 뭐라 해도 듣지 않는데, 그 방향이 그릇되다 하면 이 또한 얼마나 큰 비극인가?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우려 또한 크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공업이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이룩한 세상은 우리들의 공업이다. 우리들이 모두 이 공업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하고, 함께 바꾸어 나가자는 분명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한 개인의 힘에 의존하려 하다, 만약 그 개인이 잘못 판단하고 움직인다면 어쩔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하기는 그러한 결정을 내린 우리의 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한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고, 그 운명에 휩쓸리는 온 국민의 고통을 그렇게 한마디로 “우리의 업이니 달게 받아들이자”라 할 것인가?
우리 역사로 보면 결코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과 대통령에 대하여, 그러한 인물을 뽑은 것이 우리의 결정이요 우리의 업이라고 겸허하게 반성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국회 의정활동 가장 열심히 했다고 평가되는 국회의원을, 지역 경조사에 열심히 참여 않고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다음 선거에서 낙선시키고….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자질만을 문제 삼아온 것이 우리들의 행태가 아니었던가 아프게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가 잘못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정치를 용인, 아니 조장한 것이 우리들이 아니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대통령에 대한 어떤 개인적인 지지 여부를 떠나서 하는 말이다. 대통령이 잘못 뽑혔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고. 그러한 대통령을 선출한 시대적 요구가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른 국민들의 판단을 무시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한 대통령을 선출한 만큼, 그러한 대통령의 장점이 제대로 작동하고 단점은 최대한 억제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깨어있는 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 이전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하는데 국민의 뜻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진정 올바른 방향성이 설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을 도와주는 길이 될 것이다. 그가 가진 장점이 오히려 비극을 초래하지 않도록 최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고, 그 바탕 위에 그의 장점이 빛을 발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뽑아 놓고는 나 몰라라 하곤,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그런 행태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이 높아져야만 정치가 올바로 된다는 바른 관점에 서야 할 것이다.
이렇게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반 우려반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근본적으로 걱정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그건 바로 이야기 처음에 꺼냈던 ‘경제’라는 놈에 대한 지나친 강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잘 살아보세!”를 외치면서, 다른 모든 것은 다 접어두고 오로지 경제에만 매달렸던 시절이 다시 오는 것인가? 우리 경제가 과연 그렇게 비관적인 상황에 있는 것인가? 이제 문화의 시대라고 하는데 과연 또 얼마나 경제 타령에 진정 중요한 가치들이 무시되고 망각될 것인가?
단지 기우로 끝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너무나 경제 경제하니 이런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제발 좀 진중하게,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를 바로 정하고, 뚜벅 뚜벅 물러서지 않는 그러한 정치행보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