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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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아난아, 여인이 만약 법과 율에 있어서 집을 나와 출가하면 수다원과, 사다함과, 아나함과, 아라한과를 현증할 수 있느니라.”
여성 출가제도의 성립을 묘사한 남전대장경 <비구니 건도( 度)>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이다. ‘최초의 아라한’인 부처님께서 여성도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다고 확인해 준 장면이다.
<법구경 주석서(Dhammapada-Commentary)>에 등장하는 성자들을 분석한 한 통계에 따르면, 총 1만2975명의 성자가 수다원과 이상의 도과(道果)를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붓다의 대중견성운동> 중에서) 이들 1만2975명 가운데 신분이 확실한 대중을 분석하면, 비구 2174명, 비구니 1012명, 우바새 69명, 우바이 2532명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비구니와 우바이를 합친 여성 성자는 3544명(61.2%)으로 비구와 우바새를 합친 2243명(38.8%)의 남성 보다 1300여명이나 많다. 물론 신분이 불확실한 성자까지 포함하면 비구 8837명, 비구니 1015명, 우바새 584명, 우바이 2539명으로 남성 성자가 여성보다 많다.(아라한은 비구 7328명, 비구니 1014명, 우바새 8명, 우바이 3명) 하지만 재가자의 경우에 한정하면 역시 여성 성자가 남성보다 4.3배나 많다.
이는 여성이 차별받던 당시 인도의 상황 속에서 불교가 양성 평등과 인권 향상에 크게 기여했음을 보여주는 예다. 동시에 제석천이나 범천, 마왕, 전륜성왕, 부처님 등 다섯 가지 지위에 오를 수 없다는 ‘여인 오장설(五障說)’, 그리고 여자의 몸으로는 성불할 수 없으며 남자 몸을 받은 뒤에나 성불이 가능하다는 ‘전여신설(轉女身說)’ 등이 잘못된 편견임을 보여주는 통계이다. 92 비구니 장로들의 출가와 수행, 깨달음과 해탈의 경지가 시로 묘사된 <장로니게(偈)>에 나타난 것처럼 초기불교 시대의 여성 성자들의 탄생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인 것이다.
초기 경전의 이러한 기록은 <유마경> <승만경> <화엄경>과 같은 대승경전이 성립한 시기에 이르면, 이론적인 정당성을 확보함은 물론 더욱 강조된다. 재가 불교신도의 역할이 커진 대승불교에서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보살(菩薩, bodhisattva)로 표현될 정도다.
<화엄경>에서는 선재동자가 구도과정에 친견한 여성 선지식이 10명에 달한다. <유마경>에서는 천녀(天女)가 사리불과 선문답을 펼치면서 “여성으로서의 본성을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여래장사상을 말하고 있는 <승만경>에서는 설법의 주체가 부처님이 아닌 재가의 결혼한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승만 부인의 설법을 사자후라고 하여 부처의 지위에 올려놓고 있다. 이와 같이 불교의 여성관은 초기불교 시대나 대승불교 시대에 있어서 성불과 해탈에 대한 남녀 차별은 없었다. 그러나 부파불교(소승) 시대에 불타관의 변천과 더불어 남녀를 차별하는 내용이 경전에 담겨졌다. 특히 계율의 제약은 여성 오장설과 함께 변성남자설이 대두되면서 여신불성불(女身不成佛)설이 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영향으로 요즘도 일부 여성 불자들 가운데는 “여성은 성불이 불가하기에 다시 태어나 남자 몸을 받아 깨닫겠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필자가 ‘깨달은 여인들의 수행법’을 연재하는 까닭은 우바이는 물론 모든 수행자들이 성불을 내생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금생에 끝마치겠다는 자신감과 발심을 심어주기 위해서이다.
부처님 재세 시에 무려 8353인의 아라한이 출현했건만, 후대에 내려올수록 깨달은 성자가 줄어든 것은 오로지 부처님과 그 가르침, 수행법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필자는 ‘붓다의 딸’로 불린 장로니로부터 대 여성 수행자들의 구도여정과 수행, 깨달음을 조명하면서 즉신성불(卽身成佛)에 대한 절대 확신을 나누고자 한다.
김성우 객원기자 buddhapia5@hanmail.net
2008-09-06 오전 7: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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