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대한 겸허한 성찰(省察)과 미래를 향한 새로운 약속이 화해하는 우정의 시간속에 평화는 도래하며, 우리 모두의 성실한 참여와 이해가 교환되는 공간에서만이 우리사회의 행복은 성취될 수 있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발표한 신년사의 한 단락이다. 2008년 우리 사회는 새로운 물결을 기대하고 있다. 10년만의 정권교체로 인한 새 물결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곳곳에 스며들길 기대하는 것이다.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불교계도 새로운 시각으로 활동 영역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세상의 변화와 불교는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오히려 세상의 변화를 선연(善緣)으로 이끌어 가는 힘을 가질 때 불교는 으뜸 종교로서의 책무를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란 자칫 뿌리를 잊고 줄기와 가지만 흔드는 바람이기 일쑤다. 시류란 당장의 이해관계와 당면한 문제의 해결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시류에 영합된 변화는 기반이 약하고 그로인해 예기(豫期)치 못한 사건사고를 양산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지난 10년간의 한국사회는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변화에 끌려 온 느낌이 없지 않다.
해가 바뀐다고 천지가 개벽을 하듯 새로운 세상이 열리길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좀 더 깊고 굵은 뿌리를 근거로 하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기대하는 것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다. 이럴 때 불교는 우리 민족의 진정한 뿌리가 무엇인가를 일깨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신의 뿌리도 중요하고 역사인식과 문화 의식, 정치와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에 진실로 중요한 뿌리가 무엇인가를 일깨우는 목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불교의 시대적 책무가 지관 스님의 신년사에 잘 나타나 있다. 과거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약속의 화해를 통해 평화를 길어 올리고, 참여와 이해를 통해 행복을 성취하자는 간곡한 발원은 종교와 이념을 떠나 국민 모두에게 따뜻한 보시의 언어가 아닐 수 없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겠지만, 새해에도 불교계를 비롯한 온 국민의 궁극적 소망은 바로 ‘행복’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변화의 궁극적 지향도 결국 행복한 삶일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는 정치는 사기극일 뿐이다. 종교 역시 만 중생을 행복의 길로 안내하고 행복의 자리에 앉히지 못하는 한 허망한 주장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종교도 정치도 참여와 이해의 큰 마당을 펼칠 때 행복의 길은 열리는 것이다. 새해 우리 사회를 시간적으로 화해시키고 공간적으로 하나 되게 하는 힘, 불교계가 바로 그 힘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불교는 사회적인 지탄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스스로 불러들인 화였다. 내부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욕망과 갈등의 단면들을 여과 없이 노출시킨 사례가 너무 많다. 물론 아직 그런 갈등 구조가 다 해결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교단의 갈등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청정교단 회복을 위한 사부대중 공동의 노력이 더욱 견고해지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간은 언제나 새롭다. 사람이 새로워지지 못할 뿐이다. 2008년 새해, 모든 불자들이 매순간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선지식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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