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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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끝> 게 눈 속의 연꽃/황지우|문학과지성사, 1990| 값 6000원
안명(安名)이라는 이름으로 제방에 회자된, 황벽이 배휴를 깨닫게 한 선화가 있다. 황벽에게 배상국이 불상 하나를 모시고 와서 앞에 꿇어 앉아 말했다.

“스님께서 이름 지어 주십시오(請師安名).”
선사가 “배휴!”하고 불렀다.
이에 배상공이 대답하거늘,
“이름 다 지었소.”
배휴가 절을 하면서 말했다.
“스님께서 이름 지어 주신데 감사합니다(謝師安名).”(<선문염송> 394칙 ‘존상’)
이 우스꽝스런 놀이에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배휴가 황벽에게 불상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간청하였고, 황벽은 “배휴”하고 불렀고, 이 부름이 그의 간단명료한 직절의 교육법이고, 배휴는 무심이고 배휴는 일심이고, 배휴의 대답은 일심이니, 어찌 이름을 지어주지 안했다 할 것인가?
철저한 자기 인식, 마음 밖에 따로 한 법도 없음을 회광반조(廻光返照)하게 하는 가르침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감사가 아니고 감을 사 주어서 감사하는 ‘나’일 따름이다. 또 뒷날 선객들은 394칙 ‘존상’ 이야기에 게송을 붙여 깊은 의지를 발명하고 있다.

오색으로 단장하여 손에 받들고 왔거늘 五彩粧來掌上擊/노호는 억지로 거짓 이름 붙였네 老胡剛爲立處名/그대 지금 조사들을 초월코자 한다면君今欲得超諸祖/모름지기 금강의 정수리를 걸어가거라 須向金剛頂 行 -보녕용
위 게송, 1행은 불상의 형상을 존귀하게 생각하여 오색을 단장하여 모셔왔지만, 이런 생각 모두 자기 속에 있는 자가보장(自家寶藏)을 망각하고 외경에 마음 빼앗겨 표피적인 6식을 채우기 위해 헤매는 꼴이다. 2행은 배휴의 청에 억지로 거짓으로 짐짓 이름을 붙여준다. 여기서 노호(老胡)는 무심에 계합한 황벽 자신이고, 또 거짓으로 이름 붙여준 그 이름이고, 그 이름을 존귀하게 여기는 그 마음이다. 3행에서는 시의 흐름이 반전하여 우리의 깊은 곳에 손을 들어 밀며 깨우치고 있다. 그럼 금강의 이마는 무얼 말하는가? 바로 조사들이 말하는 “풀머리 머리가 밝고 밝구나(艸頭明明白白)”한 만물과 일체의 도리가 처음 만들어지는, 함이 있는 것(有爲)의 일착자(一着子)를 이른다. 가령 눈덩이를 굴릴 때, 눈덩이가 구르며 처음 닫는 바닥의 눈과 눈덩이에 눈이 닿는 그 찰라. 이것을 선문에서는 ‘다리 아래를 보라(照顧脚下)니, 특별히 기특할 것이 없다(別無奇特)’라 힌트를 준다. 황벽은 당부한다.
티끌세상을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 아니다 塵勞逈脫事非常 / 밧줄을 단단히 잡고 온 힘을 기울여라緊把繩頭做一場 / 뼈 속에 스며드는 추위를 겪지 않고선不是一番寒徹骨 / 어찌 매화가 그 향기로 그대를 즐겁게 하리 爭得梅花撲鼻香 -황벽운

임제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황벽의 견해가 명료하고 단호하였던가를 보여주는 선화가 있다.
황벽이 염관 제안 회상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 회창 무제의 폭정을 피하여 공부하던 뒷날 대중(大中) 황제 선종의 물음에 경책을 주기 위해 세 번이나 손찌검을 한 일이 있었다. 그 뒤 황제가 된 선종은 황벽에 대해 남은 인상 때문에 추행사문이라는 호를 주려 하였다. 그 때 재상으로 있던 배휴가 간언하기를 “선사가 그때에 세 번이나 손찌검을 한 것은 폐하의 삼제윤회(三際輪廻)를 끊어주기 위한 것입니다”하니 선종이 그를 기리어 단제(斷際) 선사라고 사호하였다.
그리고 배휴가 엮은 <완능록(宛陵錄)>이 있다. 황벽과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어록이다. 특기할 것은 깨침의 방법으로 화두(공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끝을 맺고 있다. 이 간화선이 바로 직전 상족인 임제 의현에게로 전수되어 오늘날 ‘임제종은 간화선이다’라는 말의 근원이 된다.
2008-09-05 오후 4: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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