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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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바닷가’에 자비를
서해 태안반도 일대가 무참하다. 한 순간의 실수로 유출된 원유가 태안반도 일대를 죽음의 바닷가로 만들어 버렸다. 그곳에 회생을 위한 손길이 분주하다.
불교계도 자원봉사단을 파견해 생태계 파괴를 조금이나마 막아보려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아쉬움도 크게 느낀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불교계의 구호조직은 더디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 재난의 현장에서 구호구난 활동을 해야 할 사람들이 다른 단체에 비해 ‘뒷북’을 친다는 것이다. 불교계에는 재난 구호단체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조계종과 천태종이 구성한 두 단체가 전부다. 그래서 복지재단이나 단위 사찰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구호구난 활동에 나서는 게 전부다. 그러니까 조직체계도 미약하고 기동력이나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번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를 겪으면서도 이러한 답답함은 지울 수가 없다. 조계종 복지재단과 총무원, 일부 사찰의 움직임이 눈에 뜨일 뿐 태고종이나 진각종 등 일련의 종단들은 공식적인 활동과 봉사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연말이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수선한 시절이긴 하지만, 태안반도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거기에는 많은 일손과 장비들이 필요하다. 불교계의 구호의지가 한 두 번의 자원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생명의 종교, 환경 지킴이 종교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는 불교계가 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해 나가길 바란다.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종교계에 수상한 바람이 불고 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여론조사 상의 지지율이 월등히 높은 이명박 후보를 초청한 ‘줄대기용 행사’가 열리고 또 일부 스님들이 공개적으로 정동영 후보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종교의 성직자들도 유사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고 있다.
성직자들이 대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떠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성직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정권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냄새’나는 행사를 열거나 무리를 지어 공개적으로 지극히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선량한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혼돈을 주게 된다.
불교계의 수행자나 다른 종교의 성직자는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여야 한다. 종교는 정치와 엄연히 분리될 때 생명력을 갖는다. 인간의 바른 삶을 이끌고 사회의 바른 문화를 이끄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다. 종교는 신성을 추구하고 정치는 욕망에 휘둘린다. 그래서 종교가 세속의 잇속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에 발을 담그는 것은 자아의 망각이고 직분을 망각한 추태일 뿐이다.
최근 불교계와 이웃 종교계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선거판에서 ‘내 목소리’를 내기에 바쁜 현상을 두고 심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성이 존중된다지만 근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정교분리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사회적 원칙이다. 그것을 종교인이 앞장서서 훼손하다니, 그 업보는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자중을 촉구한다.
2008-08-28 오후 4: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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