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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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행동주의와 불교-5
행동주의 상담 기법 가운데 ‘조성(shaping)’은 스키너의 학습 이론인 ‘조작적 조건형성’을 응용한 것이다. 복잡한 행동 목표를 습득시키기 위하여 그 행동에 접근하는 모든 행동을 작은 단계로 나누어 각 소단계의 행동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방법이다. 내담자의 여러 행동 중 상담자가 바라는 행동에 대해서만 강화를 주고, 그렇지 않은 행동은 강화해 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비둘기 두 마리가 탁구를 치게 훈련시킬 수 있다. 훈련의 최종 목표인 ‘비둘기의 탁구치기’를 테이블 한가운데에 흰색 줄을 가로 그어 놓고 한쪽 비둘기가 주둥이로 탁구공을 굴려 넘기면 맞은 편 비둘기가 받아 넘기는 형태라고 치자.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탁구공을 쪼는 행동, 공을 옆으로 혹은 상하로 미는 행동, 밀어내되 흰색 줄을 넘기는 행동 등 비둘기가 탁구대 위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몇 개의 소단계로 구분한다.
훈련자는 스키너 박스에 탁구공과 같은 색, 같은 크기의 창문과 같은 장치를 비둘기의 주둥이 높이에 마련한다. 그리고 비둘기가 창문을 주둥이로 쪼면 먹이 그릇에 콩알이 나오게 해 놓는다. 이를 통해 비둘기는 창문을 쪼는 행동을 강화 받게 된다. 이 행동이 익숙해진 다음에는 쪼는 것만으로는 콩이 나오지 않게 하고, 밀어야 콩이 나오게끔 한다. 즉 쪼는 반응은 소거시키고 미는 반응을 강화시킨다. 그 다음에는 흰색 줄을 넘겨야 비로소 콩이 나오게 한다. 이렇게 되면 미는 반응은 소거되고 길게 선을 넘기는 반응이 강화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드디어 최후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즉 각각의 소단계를 순차적, 점진적으로 달성하여 전체의 원하는 행동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다.
조성은 동물 훈련뿐 아니라 인간의 행동 변화를 이끄는 상담 기법으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12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와 공부를 하지 않고 그대로 자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이 학생이 하루 2시간 동안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면, 그 목표 행동에 이르기 위한 많은 소단계를 설정한다. 첫 번째로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고, 두 번째로는 공부방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며, 세 번째로는 책상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게 하고 네 번째로는 책상 의자에 앉아서 공부하게 하며, 다음으로는 30분 동안 공부하게 하고, 이후 1시간, 1시간 30분, 2시간으로 늘려 나간다. 이렇게 행동이 습득되기까지 계속 강화를 주는 것이다. 강화물로는 동물과 달리 1차적 강화물인 음식뿐만 아니라, 2차적 강화물인 돈, 사회적 강화물인 인정과 칭찬 등을 동원한다.
위와 같은 행동주의 상담 기법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소거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학습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상담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내담자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동물 훈련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인 내담자 역시 ‘학습되는’ 피동적 존재이지, 자신의 의지를 발현하여 ‘학습하는’ 능동적 존재가 아니다. 목표 설정도 상담자가 하고, 방법 설계도 상담자가 하며, 훈련 시행도 상담자가 한다. 내담자는 상담자가 이끄는 대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끌려가는 ‘대상’일 뿐이다. 인간 스스로의 의지로 업을 지어가고 그 업의 결과인 과보 역시 책임을 지고 받아들이는 불교의 인과 사상과 정반대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
2008-08-12 오후 7: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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