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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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십육랑
중국 원나라 때 서호 지방에 살았던 도씨 집안의 십육랑(十六娘)은 26세의 젊은 나이로 남편과 사별했다. 아이마저 없었던 그녀는 한동안 실의에 빠져 살다가 인근 사찰에 계신 스님의 권고로 <아미타경>을 독경하기 시작했다. 고독한 삶이 가져다주는 외로움과 슬픔 등을 아미타부처님께 모두 바치고 의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녀는 아침, 저녁으로 <아미타경>을 한 번씩 읽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나무아미타불’을 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기를 1년가량 된 어느 날, 흰 옷을 입은 노인이 흰 연꽃 한 송이를 들고 꿈에 나타나 말했다.
“너에게 주기 위해 이 꽃을 가지고 왔으니, 어서 먹어 보거라.”
십육랑은 공손히 꽃을 받아먹고 꿈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이 가뿐하고 마음이 무척 즐거워졌다. 홀로 된 이후 언제나 자기를 짓누르고 있던 우울증도 말끔히 사라졌다.
이렇게 아미타불의 가피를 입은 십육랑은 방에 아미타불상을 모신 다음 더욱 열심히 <아미타경>을 읽고 ‘나무아미타불’을 염했다.
그런데 만 3년이 되는 날, 방안에 모셔놓은 아미타불상이 방광(放光)을 하더니 경상 위의 <아미타경>에 불덩어리 같은 것이 보였다. 그녀는 경전이 타는 줄 알고 황급히 불을 끄려 했지만 꺼지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눈부신 사리(舍利)였던 것이다.
그날 이후부터 십육랑에게는 세상이 그렇게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마냥 기쁘고 즐겁고 감사하고 평안했다. 그녀는 항상 부드러운 미소와 따스한 말로 사람들에게 아미타불을 염할 것을 권하며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죽을 때가 되었을 때 주위 사람들을 불러 말했다.
“저는 이제 극락세계의 아미타부처님께로 갑니다. 부디 염불을 잘 하여 극락세계의 연화대에서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그리고는 단정히 앉은 채 숨을 거두었다.
<미타영험록(彌陀靈驗錄)>에 기록된 십육랑의 경우처럼 한평생 아미타불의 자비광명 속에서 수행하며 평안하게 살다가 목숨을 다한 다음 극락왕생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염불 수행은 궁극적으로 무량한 빛, 무량한 수명 그 자체인 아미타불과 하나 되는 수행이기에 극락왕생이 궁극의 목적은 아니다. 무한한 과거로부터 우리와 함께 한 영원한 빛, 불생불멸의 생명력을 수행자 스스로 회복하는 빠르고 수승한 수행법인 것이다. 그래서 ‘한마음으로 흐트러지지 않게(一心不亂)’ 염불하면 고통의 사바세계 그대로가 극락정토로 바뀌기 시작하기에, 굳이 내세를 기약할 것도 없이 아미타불의 무한한 자비광명이나 공(空)을 체험하기도 한다.
염불 이외의 행법을 닦는 수행자들은 <아미타경>의 서방 정토가 마음 밖에 따로 있다고 보고, ‘삼계가 오직 마음이고, 만법이 오직 의식이다(三界唯心 萬法唯識)’고 하는 불교 교리와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극락이 서방에 있든, 내세에 있든, 지금 여기에 있든, 그 역시 마음 안의 것일 뿐이다. 부처님께서 ‘꿈을 깨라고 설한 37가지 수행방편(37助道法)’ 역시 유심(唯心)의 도리에서 벗어남이 없다. 분별심을 여의고 참선, 염불, 간경, 위빠사나라고 하는 방편들을 보면 모든 행법이 꿈을 깨는 ‘자명종’과 같은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일체의 법은 모두 꿈과 환상과 같다. 사바세계는 물론이요 극락세계 또한 꿈이다. 그렇다면 염불 수행을 해서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이에 대해 철오(1741~1810) 선사는 <철오선사어록>에서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제7지 이하 보살은 꿈속에서 도를 닦으며, 무명(無明)이라는 큰 꿈은 비록 등각(等覺)보살 조차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오직 부처님만이 비로소 크게 깨어있다(大覺)고 하는 것이다 … 극락세계의 꿈은 꿈에서 깨어남(깨달음)으로 나아가면서, 깨어나고 또 깨어날수록 점점 부처님의 큰 깨어남에 이르는 것이다. 꿈꾸는 것은 둘 다 같지만, 꿈꾸는 까닭(목적)은 일찍부터 서로 같지 않거늘, 어떻게 함께 나란히 논할 수 있겠는가?”
김성우 기자
2008-08-06 오후 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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