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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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경 희 상담심리전문가·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
이 세상 아무도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
이 세상 아무도 사랑할 사람이 없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가 보다.

고등학교 1학년 김모 양이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낙서처럼 끄적인 유언이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6년에 사망한 10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 937명 가운데 교통사고가 357명으로 가장 많았고, 2위가 자살로 무려 233명에 이른다. 자살의 원인으로는 학교 문제가 11.7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그 외 부모와의 갈등, 우울증, 육체적 질병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자들은 자살을 하는 심리적 기제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보고 있다. 첫째는 자신을 향한 공격성의 결과다. 둘째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이 심하면 자신과 세계와 미래에 관해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며, 이 세상을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셋째는 자아정체감 형성에 문제가 있을 때다. 인간 발달과정에서 청소년기는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통합되고 일관된 개념이 형성되지 못하면 표류하는 삶을 살게 된다. 넷째는 사회적 고립감을 느낄 때다. 왕따를 당한다든가 스스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 때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자살은 개인과 가족의 불행은 물론이요, 사회적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손실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사전에 잘 대처해야 한다.
우선 자살의 징후를 알아차려야 한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자살할 거라는 신호를 주변에 보낸다. 소중한 소유물을 남에게 주거나, 일기장이나 편지 등을 태우거나 버리는 행위, 자살 사이트에 빈번히 접속한다거나 부모 몰래 약을 사 모으는 행동 등이다. 이렇게 눈에 띄는 행동 외에 죽음에 대한 관심이 평소에 비해 매우 높아졌거나 심한 성격 변화를 보이거나, 외모에 대한 정상적인 관심이 결여될 때, 자기 능력에 대해 회의를 느껴 절망감을 표출할 때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만약 자살하려는 의도가 감지된다면 즉시 대처해야 한다. 스스로 삶을 버리고 싶을 정도로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스스로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정서적 면역체계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상담인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삶의 곤경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헤쳐 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대처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두번째는 면역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이해와 수용을 통해서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셋째는 지지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부모, 친구, 교사 등 주변사람들이 언제든 도와줄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춘다.
넷째는 청소년의 관심이 무엇인지 경청하는 것이다. 비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그의 존재 자체를 인정한다.
다섯째는 충고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충고를 강요하게 되면 청소년 스스로 문제해결책을 찾아가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 된다.
여섯째는 문제를 축소하지 않는 것이다. 듣는 사람에게는 별거 아닌 문제도 당사자에게는 목숨을 버릴 정도로 심각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곱째는 의사소통의 연락망을 계속 열어 놓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관심이다. 자살을 한 다음에야 아이가 무엇을 원했고 무엇 때문에 죽었다며 관심을 가져봤자 이미 때는 늦은 뒤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간섭이 아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존재의 개체성과 고유성은 무시한 채 부모나 사회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 가면 그것은 간섭일 뿐이다. 하나의 생명이 자신의 지향성대로 잘 적응하며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관심이다. 즉 존재에 대한 인정이다. 자신을 이 세상에 존재할 의미가 있는 생명체로 느낄 때 누군가를 사랑할 힘을 갖게 되며, 누군가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덧붙일 것이 불교의 인과론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에게 지은 대로 결과가 나타난다는 인과의 법칙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 좋겠다. 자살이란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살생 행위임을 알게 하고, 당장 현실의 고통을 피한다고 해서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님을 알려 주는 것도 필요하겠다.
2008-07-28 오후 1: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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