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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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 공멸의 길
얼마 전까지만 해도 1배럴에 100달러를 넘어서는 것이 ‘유가 사상 최고치 갱신’이라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는데, 이제는 15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정도에서 멈출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고, 앞으로 얼마나 더 뛰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돈 많은 사람들은 “거리에 차가 줄어, 속도가 빨라져 좋다. 능력도 안 되는 것들이 왜 차는 끌고 다녔던 거야!”라며 ‘고유가 사태’를 즐기고 있다는 씁쓰레한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어렵게 중고 화물차 한 대 마련해서 골목길 돌아다니며 목청 높여 애를 써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오던 과일장수ㆍ생선장수와 양말장수는 온가족이 목에 풀칠하고 아이들 돌보기가 너무 힘들다.
여기다 더하여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7월초부터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날이 이어져서 ‘전력 수요 최대 돌파’ 뉴스가 연일 보도된다. 나라 바깥에서 불어오는 ‘고유가’의 거센 바람에다가, 나라 안쪽의 좋지 못한 바람이 부딪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자칫 이 회오리바람에 우리 모두 하늘 높이까지 끌려 올라갔다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앞에는 희뿌연 정도가 아니라 칠흑 같은 어두움이 깔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모든 사회 문제가 그렇듯이 고유가의 피해는 언제나 마지막 하청 단계에 속한 노동자들이 가장 크게 진다. 옛날 서민들은 세계정세와 무관하게 살 수 있었겠지만, 이제 강원도 산골짜기 감자농사꾼, 서해 먼 바다에서 고기 잡는 어부, 양말장수 아저씨나 모두 중동 정세, ‘에너지 블랙 홀’이라 불리는 중국과 인도의 추세와 미국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생사를 맡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렇다고 “세계화는 나쁜 것”이라며, 모든 것을 거부하고 살 수 있는가? 아니다. 쟁기로 밭을 갈고,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으며, 등짐을 지고 산골마을까지 물건을 팔러 다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완전 불가능하다.
이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중동 정세, 중국·인도의 정책 방향, 미국의 대외 정책과 미국 대통령의 개인 사정까지 살펴가며 나름대로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거인들 틈새에서 힘없는 사람들이 지혜롭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과 똑같이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로 많이 먹고 과도하게 힘을 쓰면서 살아가야 할까? 그러면 우리가 살아남을까? 아니다.
그 동안 생명과 생태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발전’으로 여겨지고, 그런 악업을 많이 지어온 나라들이 부를 누려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여 ‘비만은 인류 공동의 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저 거인들은 언젠가 소화불량 증세가 심해져 궤양이 되고, 암이 되어 몸 전체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왜 저들과 똑같은 길을 가야 하는가?
우리가 살 길은, 적게 먹고 몸집을 적게 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런데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곧 탐욕을 줄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지구라는 이 작은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업중생들을 희생하며 우리 인간만의 탐욕을 채우려다가는 우리 모두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 내전에서 아내와 아이들 다섯을 잃은 어느 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다.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겨 학교에 보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 신발을 사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죽였다.” 이것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가다가는 “기름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기름을 사서 보일러를 돌리고 차를 탈 수 있는 사람들을 죽였다”라는 말이 안 나온다는 보장을 아무도 할 수 없다. 이런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아함경>주석서인 <청정도론>에서는 말한다. “인간의 욕망을 통제할 수 없게 되면 굶주림의 시대가 온다. 인간의 분노와 증오가 가라 앉혀지지 않을 때 학살과 파괴의 시대가 도래 한다. 인간의 무지가 한계를 넘어서면 나쁜 유행병의 시대가 열린다.”
에너지 위기, 스스로를 잘 살펴보고 “어떤 것이 잘 사는 길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을 것이다.
2008-07-15 오후 5: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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