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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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보금녀
대승경전에서는 여성 수행자들이 ‘여성 성불’ 혹은 ‘여성의 몸을 남성으로 바꾸지 않고 성불할 수 있는가’ 등과 같은 주제로 여러 성문비구나 대승 보살들과 문답을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법화경>에서는 8세 용녀가 ‘변성(變性: 여성이 남성으로 바뀐 후)성불’하는 장면이 보이지만, <해룡왕경>에서는 반야공관(般若空觀)을 설하며 변성성불이라는 고정관념마저 무너뜨린다.
<해룡왕경> 제14 ‘여보금수결품(女寶錦受決品)’에서 1만 명의 용부인들과 함께 성불을 서원한 해룡왕의 딸 보금녀(寶錦離垢錦)는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대가섭과 일대 논쟁을 벌인다. 교단 내 보수적인 지도자로 묘사된 대가섭이 여성들의 성불서원을 듣고 일렀다.
“위없는 정각은 얻기가 매우 어려우며, 여자의 몸으로는 불도를 이룰 수 없을 것이오.”
보금녀가 대가섭에게 말했다.
“마음과 뜻이 본래 청정하여 보살도를 행하는 이는 성불하기 어렵지 않으니, 저 도(道)의 마음을 일으킨다면 성불하기는 손바닥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며, 때맞춰 능히 모든 신통한 지혜의 마음을 일으킨다면 곧 일체의 불법을 거두어 지닐 것입니다. ‘여자의 몸으로는 불도를 이룰 수 없다’고 하였지만, 남자의 몸으로도 또한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공의 측면에서 따져보면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으며, 귀와 코와 입과 몸과 마음도 모두 공합니다. 이와 같이 허공(虛空)과 적정(寂靜)은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으니, 만일 능히 눈의 근본을 분명하게 알아 분별한다면 곧 도(道)라고 이름 할 것입니다.”
이어서 보금녀는 대가섭과 긴 문답을 나눈다. 불꽃튀는 토론은 마치 한 편의 선문답을 보는 듯하고 대화의 깊이는 대승불교의 정수를 담고 있다.
다음은 대가섭과 보금녀의 이어지는 문답.
“그대와 같은 말재주라면 오래지 않아 마땅히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와 최정각(最正覺)을 이룰 것입니다.”
“만약 가섭께서 최정각을 이루신다면, 그때 저도 또한 마땅히 최정각을 이룰 것입니다.”
“나는 끝내 최정각을 이루지 못할 것이요.”
“이와 같이 법신(法身)을 아는 이는 도(道)가 머무를 바도 없고 얻을 수도 없는 데 머물러 최정각을 이루는 것입니다.”
보금녀가 이를 말할 때 500의 보살들이 법인(法忍: 불생불멸의 진리)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이 대화를 듣고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이 법을 통쾌하게 잘 말하였도다.”
마지막에 부처님은 보금녀를 칭찬하고, 보세(普世)여래가 되리라는 예언을 하는 것으로 결말을 짓는다. 여기서 기존교단의 ‘여성성불’ 불가설을 비판한 보금녀의 대승 반야사상이 부처님의 본뜻에 더 부합한다고 <해룡왕경> 편찬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부처님이 증명한 보금녀의 “도(道)의 마음을 일으킨다면 성불하기는 손바닥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라는 말을 깊이 받아 지녀야 한다. 이는 ‘마음을 직관함으로써 부처의 깨달음에 이른다(直指人心 見性成佛)’ ‘한번 뛰어서 바로 여래의 경지에 도달한다(超直入如來地)’고 하는 선(禪)의 종지와 맥을 같이 한다. ‘처음 깨달음의 마음을 내는 그 안에 이미 깨달음이 성취되어 있다(初發心時便正覺)’는 게송 역시 우리는 남녀를 떠나 본래부터 ‘부처 아들(佛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아직도 자신이 법왕(法王)의 아들ㆍ딸이 아니라 구제불능의 중생이라 여기는 이가 있다면, 마음을 텅 비우고 <법화경>을 수지 독송하며 ‘구원성불(久遠成佛)’의 뜻을 참구해 봐야 한다. ‘구원성불’이란 부처님이 어제ㆍ오늘에 성불한 것이 아니라, 구원겁 즉 무한한 시간 전에 이미 부처였다는 말이다. 즉, 아주 오래 전에 우리 모두는 이미 부처였다는 법문이다. 이 법문을 절대 확신하는 사람은 육조스님이 말한 바와 같이 <법화경>을 굴릴 것이요, 반신반의하는 자는 여전히 <법화경>의 문자에 굴림을 당할 것이다. 김성우 기자
2008-07-15 오후 5: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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