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유가 인상에 따른 서민경제의 곤궁이 심화되고 있다. 운송료 인상(19%)에 대한 합의로 화물연대의 파업은 수습국면을 맞았지만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직 요원하다. 이렇게 불안하고 뒤숭숭한 가운데 장마가 시작됐다. 지난해까지의 수해 지역에 대한 복구가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장마를 맞는 민심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이제 장마가 끝나면 무더운 여름과 몇 차례의 태풍이 찾아 올 것이다.
앞을 봐도 옆과 뒤를 봐도 걱정이 태산이다. 총체적 난국이란 말은 이런 상황을 위해 생겼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기름 범벅이 된 태안반도에 인간의 아름다운 단결을 심은 우리가 아닌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선한 인(因)의 공덕 쌓기를 발원하고 사는 불자들이 아닌가?
이 여름, 호재 보다는 악재가 훨씬 더 많은 이 여름을 맞으며 우리는 어디서 행복을 찾을 것인가? 산사로 가라. 도심의 절집도 좋다. 부처님의 가르침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행복을 건져 올리는 가장 빠른 길이다. 지금 사찰마다 여름 수련대회를 기획하고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각자 자신의 역량에 맞춰 수련회에 참가하는 것 보다 더 좋은 피서는 없다. 사찰의 여름 수련회는 더위만 피하는 곳이 아니다. 세상살이가 안겨주는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힘과 지혜를 줄 것이다.
대운하 중단, 잊지도 말자
정부가 한반도대운하 계획을 접었다고 한다. 국토해양부가 6월 19일 대운하 관련 연구용역 발주를 중단하고 준비단을 해체했다는 소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그간 우리 사회에 많은 논란을 제공하며 다양한 문제의식을 심어 주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정복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자연의 반격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개발론자들은 언제나 개발 그 자체만 생각한다. 그래서 장기적인 인간 삶의 조건보다는 개발이익과 단기적 성과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다 큰 틀 속에서 하나하나 따져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한 마을의 치수관개 사업을 하듯 쉽게 생각한 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것이다.
지금 대운하 사업의 중단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불붙은 촛불이 가리키는 민심의 방향이 어느 쪽인지 깨달았다는 것을 뜻하는지는 모르겠다. 이제 정부나 국민은 지난 몇 달 대운하를 두고 엇갈렸던 생각의 고리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민심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 정부의 대응방식 그리고 국민적 합의를 위한 노력의 과와 실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할 때이다.
한바탕 잔치가 끝났다는 생각으로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대운하와 관련한 여러 논란들은 분명, 우리의 미래를 위해 좋은 거울이 될 것이다. 이 논란의 과정과 정부 차원의 대응과정 등을 모두 미래를 위한 거울로 남겨 놓는 지혜는 불교계나 시민단체 정부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