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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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통한 행복찾기…불자의 ‘화두’
시대의 화두 ‘나눔’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얽혀 있다는 뜻이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나오는 문구다.
얽매임 없는 대자유는 소유하지 않음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6월 17일 오후 7시 사단법인 지혜로운여성 주최로 조계종 교육원에서 열린 이혜숙 동국대 교수의 ‘시대의 화두ㆍ나눔’ 강연 또한 소유의 집착을 끊은 나눔을 주제로 한다. 이날 강연을 맡은 이혜숙 교수는 동국대불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강의뿐만 아니라 불교아카데미를 비롯한 불교단체 주최 강연 등을 통해 불교사회복지를 알리고 있다. 이혜숙 교수는 ‘나눔’이야말로 부처님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화두라고 강조한다.
역설적으로 ‘나눔’이라는 말은 우리 시대의 화두가 아닙니다. 부처님 당시부터의 화두입니다. 부처님 기본 가르침인 연기는 ‘모든 것은 자성을 갖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현실에서 보면 가족과 친구, 더 나아가 내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소외와 고통 받는 사람도 내 인생의 일부분입니다. 나를 포함한 사회전반에 대한 통찰이 있을 때 진정한 나눔이 가능합니다. 불교는 크게 신(信)ㆍ해(解)ㆍ행(行)ㆍ증(證) 4가지 믿음의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신(信)은 사찰에 가서 법문을 듣거나 경전을 읽는 등 불교를 접해서 그것이 마음으로 와 닿을 때 시작됩니다. 기복과 타력ㆍ자력을 떠나 신은 해ㆍ행ㆍ증의 단계로 이어집니다.
해(解)는 불교를 알고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우리가 믿어 알고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불자로써 다른 사람에게 불교의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오랜 신행생활을 한 불자들이 경전을 공부하고 교리를 배움에도 자꾸만 불교교리를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법회나 경전읽기 그리고 참선을 통해서 배운 교리가 회통(會通)하는 바를 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불교교리를 현실에서 통찰하고 확인해 보려는 노력이 부족하여 배움이 배움으로만 그치기 때문입니다.
참다운 불교공부를 위해서는 평상시 개개인 마음 작용을 살피는 것은 물론 사회의 움직임을 연기법에 적용하여 통찰해야 합니다. 광우병 파동을 비롯한 사회현안들에 대한 문제를 불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또한 중국ㆍ미얀마ㆍ북한 ㆍ불우이웃 돕기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알아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마음 안팎으로 나와 내 주변뿐만 아니라 그 밖에 소외받는 모두의 현실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읽어내는 것이 진정한 불교공부라 할 수 있습니다.
행(行)이란 위에서 얻은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ㆍ수행하는 단계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참선이나 위빠사나만 하더라도 행주좌와(行住坐臥) 언제 어디서든 실천하고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평상시 가족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나 사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반대로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왔을 때 등 모든 일들이 수행의 일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불교적 성찰이 불자수행의 기본이라고 생각됩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성찰을 통한 깨달음을 나눌 때 수행은 완성됩니다. 가장 쉽게는 NGO단체 등 사회단체에 정기적인 보시와 후원을 통해 가능합니다. 복지현장에서 타종교에 비해 불교계의 위상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많은 불교복지단체들이 사회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체 후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직접 사찰신도회 등을 통해 노력봉사 하는 것으로도 가능합니다. 신도회에서 다른 사람을 따라서 하기보다는 주도적으로 나서서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내가 다니는 사찰 또는 다른 사찰 행사와 봉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후원금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에 대한 관심과 기록도 따라야 합니다. 많은 불자들이 사회각처에서 노력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봉사활동들이 문서화 되지 않아 타종교에 비해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현실입니다. 기록을 통한 문서화는 대외적으로 홍보에 도움이 됩니다. 봉사 홍보를 통해 다른 불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 작은 일부터 봉사활동을 기록하면 다른 봉사자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봉사활동ㆍ정보교류 등 사회자본이 활성화되면 신뢰와 결속력 등이 높아져 사회전반적인 능력도 따라 높아집니다. 불자는 관심과 참여로 내가 나눌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해야 합니다.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여 사회현안에 언제나 깨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활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삶에 있어서 대부분 자신이 노력해서 맞춰야 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을 인지하고 한 마음 바꿔 노력한다면 진정한 나눔이 가능할 것입니다.
증(證)은 위의 단계를 통해 성취하는 것입니다. 불교에 있어 성취란 무엇입니까? 수행정도에 따라서 그 성과를 증득하는 것이 분명한 법칙인 만큼 우리는 불자가 된 전후를 비교해 생활에 좋은 변화와 진전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 현실에 비춰보면 여러분의 삶은 어떻습니까? 불자라서 행복합니까? 신행생활을 통해 나와 내 주변이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둠속에서 등불을 비춰주듯 여러 가지 방편으로 가르침을 설하셨습니다. 가르침을 얻은 불제자들은 오래지 않아 마음의 취착(取着)이 없어지고 번뇌로부터 해탈한다고 했습니다. 해탈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널리 포교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부처님께 귀의한 불제자의 역할과 성취해야 할 목표입니다. 과연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만약 지금 자신이 행복하지 않고 평온하지 않다면 불자의 길을 다시 가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가슴속에 누군가를 원망하고 적대하는 마음을 품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남의 이익에 대한 질투와 자신의 이익을 더불어 나누지 못하는 인색함 때문입니다. 사회관계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이익에 대한 탐심 그리고 물질소유에 대한 불만족입니다.
불교에서 물질이란 인연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입니다. 소유의 탐심으로 인한 번뇌를 내려놓을 때 행복은 찾아옵니다. 돈과 체력, 권력뿐만 아니라 여타의 능력도 있는 그대로 아낌없이 쌓아두지 말고 나눔으로 회향해야 합니다. 마음 안팎의 경계를 수시로 점검해서 가볍게 털어놓고 되돌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업(業)으로부터의 해탈이고 대자유로 향하는 길입니다.
나눔은 지금 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멀리보고 가는 것을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힘들어 주저앉을 때면 도반이 이어 다시 가고 또 이어감을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지향하는 바에 귀결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나눔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 주변사람에게 “사랑하세요” 말 한마디와 환한 미소를 건네 보세요. 그것이 바로 나눔과 행복의 시작입니다. 글=노덕현 기자 dhavala@buddhapia.com
사진=박재완 기자 jwpark@buddhapia.com
2008-06-23 오전 11: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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