起信論云 若心馳散 卽當攝來 住於正念 是正念者 當知唯心 無外境界 卽復此心 亦無自相 念念不可 謂初心修學 未便得住 抑止令住 往往發狂 如學射法 久習方中矣
‘기(起)’는 발심을 일으킨다는 것이고, 신(信)은 올바른 믿음이다. 즉 대승상근인이 대승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신론(起信論)’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마명보살이 지었는데, 수행인이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전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기신론에서 말한 내용의 요지는 마음이 분주하게 밖으로 치구하면서 육진경계로 흩어지면 수행자는 즉시 마음을 거둬들여 정념(正念)에 안주시킨다는 의미이다.
정념이란 망념이 끊어진 무념의 상태인데, 이 정념으로 인해서 일체 망념을 타파할 수 있다.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은 만법은 유심이어서 내 마음을 떠난 밖에 따로의 한 법을 찾으려 해도 끝내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체 제법은 내 마음에서 나타나지 않는 것이 없다. 모든 법은 내 마음이 자체가 되어 마음밖에 따로의 법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바로 법계성이며, 그 가운데에 만법을 원만하게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른바 일체 만법이 내 마음으로 귀결된다는 의미이다.
마음은 방향이 없고, 분야도 없고, 형상도 없고, 상대적인 한계도 없어 그 자체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끝내 자체를 얻지 못한다 해도 모든 삼라만상이 마음에 분명히 나타나게 된다. 이는 마치 허공이 본래 뭇 형상이 아니건만 모든 형상이 허공을 의지해서 발현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삼라만상이 허공 가운데 환하게 나타나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낱낱의 사물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해도 마음은 담연하고 적적하여 끝내 존재해 있는 것이 없이 오직 곧은 마음 정념일 뿐인 것이다. 이와 같다면 망상을 그치려 하지 않아도 그치게 되는데, 이를 두고 오묘한 지(止)를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최초로 발심 수행하는 사람이 지 수행을 할 때 잠시라도 마음을 안주하지 못하면 애써 억지로 제압하여 망상을 그치고 정념에 안주하려 하는데, 애를 쓸수록 더욱 더 마음이 급해져 병통이 무더기로 일어나 미치거나 마음의 병을 앓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지 수행을 올바르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처음 수행하는 사람은 급하게 마음을 가지거나 지나치게 집착을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옛날 조주스님은 삼십 년 동안 잡된 마음을 쓰지 않았으며, 또 어떤 스님은 사십 년간 포단을 지킨 후에야 도와 일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수행공부를 하는 사람은 마치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처럼 그 줄을 서서히 조율하여 너무 느슨하지도 않고 급하지 않게 오래도록 하다보면 거문고 줄이 알맞게 조절되고 퉁기는 손가락도 적합하여 자연스럽게 오묘한 소리가 흘러나온 것과 같다.
또 활 쏘는 것을 배우는 사람이 오랜 기간 서서히 익혀야 만이 표적에 적중할 수 있는 것과 같다.
二者修觀有二種 一者對治觀 如不淨觀 對治貪欲
두 번째로 관 수행에 대해 밝히고 있다.
관 수행도 역시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대치관(對治觀)인데, 부정관(不淨觀)으로 탐욕을 대치하는 것이다.
대치관은 보조수행의 의미로서 조관(助觀)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자기 마음가운데 번뇌를 대치하는 것을 말한다. 어리석고 어두운 범부는 미혹한 집착이 지나치게 많아서 색진 경계를 마주할 때마다 간파하지 못하고 찰라찰라 탐진치 등 갖가지 망념을 일으킨다.
수행자가 좌선을 할 때는 반드시 자기 마음속에서 일으킨 망념 중 어떤 것이 가장 큰지를 관찰해야만 한다.
탐욕의 망념이 많으면 반드시 부정관(不淨觀)으로서 대치해야만 한다. 그 수행방편으로는 사념처(四念處), 구상관(九想觀), 오정심(五停心) 관법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이 탐욕을 대치하는 부정관에 소속된다.
초심범부를 구제하는 데는 이 세 가지 수행법이 가장 근기에 알맞고 이익도 쉽게 얻을 수 있으며 또 절실하게 중요하다. 그 가운데서도 ‘구상관’이 으뜸이다.
구상관은 아홉 가지 가설적인 상상관을 말하는 것으로, 실제 있는 것이 아니다.
일체중생은 애욕으로서 자기의 올바른 성명(性命)을 삼는다. 세간의 오욕락을 탐착하고 거기에 빠져 삼계생사를 윤회하기 때문에 벗어날 기약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부처님은 아홉 종류의 부정관법을 수행하여 중생들의 망념이 순수해지고 마음이 산란하지 않게 하였다. 이 구상관을 통해서 삼매가 성취되면 자연스럽게 탐욕이 없어진다.
구상관 가운데서 첫 번째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에 바람이 들어 팽창한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가령 사랑했던 남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생명이 끝나면 시체는 짧은 순간에 퉁퉁 부어올라 마치 부대에 바람을 채운 것처럼 본래의 모습과 다르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두 번째는 시체에 반점이 생긴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이는 시체가 바람을 맞고 햇볕에 쪼이면 피부에 붉은 점, 누른 점, 어혈, 검은 점, 푸른 점 등 갖가지 반점이 나타난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세 번째는 시체가 파괴된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이는 시체는 바람과 햇볕에 의해 변화하여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가죽과 살코기가 파괴되어 몸과 머리와 발 등이 산산이 파괴되고, 심장 간장 비장 폐장 등 오장까지 부패하여 악취가 외부에 까지 흘러넘친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네 번째는 시체에서 피가 질펀하게 흘러내린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이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에 피고름이 흘러넘쳐 더러운 것이 땅을 적신다고 생각하는 관법이다.
다섯 번째는 고름이 흐르고 썩어 문드러진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이는 시체의 몸 아홉 구멍에서 피고름이 흘러나오고, 피부와 골육이 무너지고 썩어 땅바닥에 낭자하게 흩어져 심하게 악취가 난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여섯 번째는 벌레가 뜯어먹는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피고름이 나고 썩어 문드러 진후, 시체를 벌레나 새나 짐승들이 뜯어먹어 잔혹하게 그 껍데기를 벗긴다고 생각하는 관법이다.
일곱 번째는 시체가 흩어진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이는 시체를 짐승들이 먹고 나면 분열되고 흩어져 수족이 어지럽게 널려있다고 관찰하는 관법이다.
여덟 번째는 백골이 된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시체가 흩어진다고 상상한 다음, 시체는 그 뼈가 드러나 피부와 고기는 이미 다하고 단지 백골만 낭자하게 흩어졌다고 관찰하는 관법이다.
아홉 번째는 시체를 태운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시체가 백골이 되고 난 후에 불에 타 연기와 냄새 속에서 폭발하고 흩어져 불이 꺼지면 재와 흙이 동일하게 된다고 상상하는 관법이다.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은 이 아홉 종류의 부정한 모습을 가상으로 관찰하나 이 방편을 사용 했을 때 커다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부정관으로서 탐욕을 대치하는 것이라고 한다.
■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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