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술세미나가 열리는 곳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참가자가 없다는 것이다. 학술회의란 성격에 비추어 ‘관객의 부재’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또 눈에 띄는 것은 발표자들이 시간에 쫓긴다는 것이다. 심지어 진행자가 시간 종료를 알리고 발표자는 주섬주섬 발표를 마무리 하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발표 후 토론이 항상 부실하다는 것도 늘 회자되는 세미나 풍토다. 일반 참가자들과 발표자의 진지하고 열띤 토론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고 지정 토론자의 토론 내용도 발표내용의 수정 보완 요구 차원으로 흐르는 게 관례처럼 되어버렸다.
꽉 찬 객석 앞에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그에 대해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함께 토론하는 학술세미나를 찾아 보기가 매우 어려운 시대다. 그런 가운데 밝은사람들이라는 학술단체가 불교학세미나의 진행 방식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는 소식이다. 이 단체는 학술연찬회를 앞두고 발표될 내용을 미리 책으로 묶어 서점에 배포했고 질의 사항도 미리 공개적으로 접수를 받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행사의 진행도 입체적으로 기획해 누구나 즐겁게 참여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세미나를 주최하고 기획하는 사람들로서 바람직한 태도다. 타성에 젖은 준비와 기획이 재미없고 졸리는 세미나를 만든 ‘주범’이었기 때문이다. 밝은사람들의 세미나 분위기 전환을 위한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고 볼 일이지만 ‘변화’를 위한 노력의 값은 100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결계신고 참여율 66%의 의미
조계종이 올 하안거부터 시행하는 결계신고 동참율이 66%로 집계됐다. 총무원은 더 취합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신고 기간이 5월 29일로 끝났음을 감안하면 신고자가 더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설령 더 늘어난다 해도 마감 뒤의 독려에 의한 타의적인 신고일 가능성이 많으므로 처음 시행하는 결계신고의 모양새만 그르칠 것이다.
조계종은 수행하는 종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포살과 결계에 상당한 종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첫 번째 안거에서 나타난 66%라는 동참율은 상큼하지 않다. ‘포살 및 결계에 관한 법’은 결계신고와 포살에 참여하지 않으면 수계(受戒)와 법계품서 등 각종 갈마에 권리제한을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율이 6할대로 낮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총무원과 종도들 사이에 공감대가 충분하게 형성되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새로 만들어진 제도에 대해 구성원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혼란만 야기하고 조직의 기강과 의사소통 구조에 상처를 남기게 된다. 조계종의 ‘포살 및 결계에 관한 법’은 종단의 전통을 지키면서 급변하는 시대에 합리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선택한 제도다. 안살림과 바깥살림의 조화가 없이는 산중불교의 구태를 벗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결계신고를 계기로 조계종 총무원은 보다 세심하게 종도들과 소통하는 길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