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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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읽는 마음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라는 인물을 초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제임스 베이커는 누구인가. 부통령 조지 부시의 죽마고우로서 당시 부시후보를 도와 레이건을 괴롭힌 유능한 선거참모였다. 말하자면 적진(敵陣)의 장군을 최측근으로 기용한 것이다. 그것을 보고 미국의 언론들은 “레이건이 캘리포니아 건달인줄 알았는데 사람볼 줄 아는구나”라는 논평을 했다.
이 애기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은 왜 인재를 구하지도 않고, 포용성도 없을까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자신과 자신의 졸개만 섬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국민은 지난 10년간 진보를 내세운 설익은 정책에 염증을 느꼈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도 말했다. 그런 차에 경제를 살리고,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고 나타난 후보에게 531만 표차로 표를 몰아주었다.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많은 기대를 했다. ‘청계천의 기적’을 기대했고, 버스전용차로제 같은 ‘신선한 충격’을 꿈꾸었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는 요즘 국민은 화가 나있다. 성난 민심은 촛불로 광화문에서 청계천에 이르는 도로를 점거한 채 ‘민심의 쓰나미’를 몰아 ‘광우병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심정적으로 배알이 틀려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보면서 의아해 했다. 장관직 임명을 끝낸 후 ‘돈이 많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대변인의 말에 국민은 우리들의 아픈 가슴을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박근혜도 껴안지 못하는 오만과 독선에 국민은 실망했고, 지지의 열정은 식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되어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물론 건국 이래 최초의 별장 회담이었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큰 업적을 염두에 두고 미국산 쇠고기 건에 관하여 미국 측의 의견에 동의해 버렸다.
30개월 이상의 소가 과학적으로 광우병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국민들은 잘 모른다. 학자들의 표현대로 수 억분의 일이거나, 미국인들도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먹는다는 말로 국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또 대운하 사업을 공개적으로 노출시키지도 않고 마치 ‘숨겨놓은 연인’처럼 비밀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도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100일 동안에 일어난 국민의 배신감 비슷한 감정의 폭발이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면 어떠한가.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면 된다. 그런데 서민들은 이명박 정권을 돈 있고, 유식한 ‘그들만의 정권’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직후 68.3% 지지율이 19~20%로 떨어졌다. 원래 대통령에게는 18%의 고정지지율이 있다. 이 통계는 노무현 때도 그랬고, 심지어 전두환 때도 그랬다. 그러니까 18%선을 약간 넘어선 지지선은 열성적인 지지층 이외 국민 지지는 없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처음에 중ㆍ고등학생이 시작한 ‘10대들의 반란’이 이제는 계층, 세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을 하고 있다. 처음에 많은 국민들은 좌파들의 선동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을 찍은 보수계층도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야당인 통합민주당의 떨떠름한 처신이다. 노무현 정권 때 여당이었든 그들이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할 듯 하다가 정권이 바뀌니까 이제 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이 비준되면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건 정치가 아니다. 그야말로 정상배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국내외 정치, 경제 상황은 앞이 안 보인다. 악재가 한둘이 아니다. 마치 안개 속에서 헤매는 것 같다. 목표도 없고 전략도 안보이고 전술은 헛발질 한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과 야당지도자들은 불교의 중도사상을 익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열어놓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직시하며, 고통 받는 서민들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는 자세로 나가야 할 것이다.
적의 장군이라도 유능하면 등용시켜야 한다. 그것이 민심이다.
2008-06-16 오후 3: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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