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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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연화색
인도의 서쪽 아반티라는 나라 웃제니라는 도시에 푸른 연꽃처럼 연약하고 매혹적인 연화색(蓮花色, 웁팔라반나)이라는 미인이 있었다. 혼인할 나이가 되어 부모는 연화색을 결혼시키고 사위를 맞아들였다. 얼마 후 그 젊은 부부 사이에는 딸이 생겼는데, 그때 바로 연화색의 아버지가 별안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느 날 남편을 잃은 그의 어머니는 사위와 몰래 정을 통하고 말았다. 그 어머니와 남편의 이와 같은 불륜을 알고 분노와 슬픔을 금치 못한 그녀는 갓난아기를 방에 그대로 둔 채 집을 나와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먼 길을 걸어 베나레스 성에 도달하였다. 그때 이 성에는 상처(喪妻)를 한 한 장자가 있었다. 때마침 그는 성문 밖에 홀로 서 있는 연화색를 보았다. 장자는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이 쏠려 마차를 세우고 청혼하였다. 그녀가 그 뜻을 수락하자, 장자는 여인을 마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로 삼았다.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 장자는 큰 돈을 모았다. 그는 장사를 위해 웃제니로 가야 할 일이 생겼다. 거기서 장자는 우연히 처녀들이 화려하게 차려입고 명절을 맞아 뛰놀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그 중에는 연화색이 낳은 딸이 섞여 있었다. 어머니를 닮은 그 미모에 장자는 크게 마음이 동해 그 처녀의 아버지를 만나 수만금을 주고 그 딸을 데려와 아내로 맞았다.
어느 날, 연화색은 둘째 부인의 머리를 빗어주다가, 그녀가 바로 자기 딸임을 알고 앞이 캄캄해졌다. “내가 한 때는 어머니와 남편을 같이 했는데, 지금은 또 딸과 남편을 같이하게 되다니, 이 무슨 죄악일까?” 그녀는 다시 집을 나가 거리를 방황하였다.
베나레스 성문을 나서서 울며 울며 가다가 도달한 곳이 라자가하(王舍城)였다. 거기에 온지 며칠 안 되는 동안, 그녀의 미모에 대한 소문이 성 안의 노름꾼들 사이에 자자하였다. 오백 명의 노름꾼들이 오백 금을 그녀에게 주고 같이 꽃밭으로 가서 거기서 놀았다.
그때 마침 목련존자가 그 동산 안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노름꾼 중의 한 사람이 “너, 저 존자에게 가서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을 일으킬 수 있느냐?”하고 말했다. 그녀는 “내 옛날에 수많은 남자의 마음을 녹였다. 어째서 저런 사람쯤 녹이지 못하겠느냐?”하고 대답했다. 그녀는 가진 교태를 다 부렸으나 목련존자의 마음은 숲과 같이 조금도 동요함이 없었다.
그 때 목련존자가 여인을 보고 말했다.
“여인이여, 깊이 스스로 반성하라. 네 몸은 미워해야 할 것으로 가득하다. 내가 만일 네 몸의 부정(不淨)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면 마치 여름철의 변소와 같이 사람들은 너를 버리고 멀리 가버릴 것이다.”
연화색은 자신의 부정을 깨닫고 이렇게 대답했다.
“원하옵건대, 저는 가르침에 따라 출가하고 마음을 바로잡아 도(道)를 닦겠나이다.”
목련존자는 이를 불쌍히 여겨 부처님께 데리고 가 출가하도록 했다. 출가 후 그녀는 등에 불을 켠 다음, 마음을 불꽃에 고정시키고 불-까시나(kasina: 대상에 대한 집중)로 마음공부를 하였다. 오래지 않아 그녀는 진리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결국 아라한과를 얻었다.
연화색 비구니가 과거를 꿰뚫어보는 숙명통의 지혜를 얻어 과거를 관찰해보니, 항상 지옥에 드나들어 빠져나올 기약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왕사성의 여인들에게 “다만 출가만 하면 설사 파계해서 지옥에 들어갈지라도 마침내는 해탈할 때가 있다”고 출가를 권했다. <연화색비구니경> <법구경> <사분율> 등에 따르면, 부처님께서 연화색 비구니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한 것은 탐진치 삼독의 불을 끄고 보시행을 강조하는 법문이었다.
“지혜를 어지럽히는 것은 야심과 욕심이니 마음에 탐욕의 불길을 꺼야 하느니라. 소유욕을 비워야 하느니라. 이웃을 사랑하고 삼보를 공경하며 노력과 재물과 지혜와 정성을 다하여 보시하라. 그대들 마음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대 앞에는 평화와 우애와 행복의 큰 길이 열리리라.”
이어서 부처님께서는 고집멸도(苦集滅道) 4성제 법문으로 그녀의 몸과 마음을 말끔히 씻어주고 억겁의 무명을 일순간에 광명으로 바꿔놓았던 것이다.
김성우 기자
2008-06-02 오전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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