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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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서 들리는 목탁소리
윤 명 철
동국대 역사학 교수
독도(獨島),
홀로섬인지, 돌섬인지 알 길 없지만 무릉도(武陵島) 삼봉도(三峯島) 자산도(子山島) 간산도(干山島) 등의 이름들로 불리고,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도 있으니 그다지 외로운 느낌은 안 든다.
21세기는 해양의 세기이다.
1994년 이후에는 바다도 영토개념이 적용되었다. 더구나 해양에서는 그동안 소외됐던 막대한 자원들이 발견되고 있어, 꼭 석유만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부의 원천이 되고 있다. 뭍에서도 한 치의 땅을 더 차지할까 싶어 때로는 살육전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이제 바다에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단 말인가?
그래서인지 동아지중해의 해역에서는 EEZ(배타적 경제수역), 어업직선기선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지고, 센카쿠(釣漁島)제도, 북방 4개 도서, 시사(西沙)군도 난사(南沙)군도 등에서 해양영토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물론 독도는 우리 영토이므로 분쟁지역은 아니다. 다만 일본이 분쟁지역으로 만들고자하는 1단계 전략에 말려들 가능성이 깊어질 뿐이다. 일본은 세계 5위의 해양영토대국이 되었고, 중국과 더불어 해군력을 증강시키면서 ‘남해대전(南海大戰)’이라는 가상 시나리오가 유포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한편 인천 부산 코오베 상하이 선전 등이 동아시아의 물류거점으로 부상하기 위해 사활 건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해양을 놓고 경쟁과 협력이 있어왔다. 지중해적인 성격을 지닌 동아시아에서는 해양력을 강화시켜야 국가가 발전할 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 억압받지 않았다. 특히 동아지중해의 중핵에 위치한 우리는 해양력을 강화시키고 국가발전의 주요정책으로 삼았을 때 발전했고, 동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주도했다. 전성기의 고구려 백제가 그러했고, 통일신라시대의 장보고 또한 마찬가지였다. 발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해동성국을 이루는 기틀을 마련했으며, 송나라와 교류할 때의 고려시대는 해상무역의 눈부신 전성기였다.
동해는 우리가 일본열도로 진출하고 교류하는데 활용한 터였으며, 그 가운데에 울릉도와 독도가 있었다. 이미 기원을 전후한 시기부터 동해북부나 연해주해역을 출항하여 동해를 항해하거나 일본열도로 건너갈 때 울릉도 독도는 사용되었다. 신라는 ‘연오랑 세오녀 설화’에서 보이듯 동해남부의 포항 울산 감포 등의 항구를 출항해서 혼슈남단의 시마네현 돗토리현 등에 도착했다. 그때 항법상으로 보아 울릉도 독도를 최대한 활용해야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구려나 발해 또한 마찬가지로 동해중부나 북부의 해안에서 출항하면 망망대해 가운데의 울릉도와 독도를 중간거점 또는 항해상의 물표로 삼아 일본열도의 후꾸이(福井)현, 이시가와(石川)현 등의 해안에 상륙했다. 이뿐 아니라 훗날에는 여진 해적들이 울릉도에 침범하였고, 대마도나 일본어부들도 때때로 잠깐씩 피항했었다.
그러니 이 모자(母子)섬은 역사 이래 늘 망망한 대해에서 뱃길을 안내해주는 등대요, 파도와 추위에 지친 항해자들을 품어주고 먹여주는 피난처이며,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모험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꿈의 섬이었다. 다만 조선시대의 한 동안 사람들에게 잊혀졌고, 주인에게 버림받은 외로운 독도(獨島)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21세기 세계화(globalization)가 비자발적으로 강요되고, 동아시아에서는 새로운 질서가 재편되면서 주도권 쟁탈이 본격화되고, 그 중심에 일본이 있다. 일찍부터 해양의 중요성을 절감한 그들은 이미 16세기에 동남아지역에 진출했고, 19세기 말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해전에서 격파한 후에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독도에 관한 권한을 빼앗으면서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다. 그렇다면 지금 ‘독도문제’의 본질은 자명한 일이 아닌가. 독도는 또 한 번 우리 역사에서 시금석이 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어대는 왜색의 남동풍에 휘둘리는 독도에서 역사의 목탁 소리를 들어본다.
2008-05-26 오전 11: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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