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사슬
“사는 게 지겨워요.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한 보살님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한참 그 분의 말씀을 듣다보니 내 가슴도 답답해졌다. 악연의 사슬에 묶여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이구나 생각하다 보니 사슬이라는 말이 깊이 다가온다. 인연의 사슬에 갇힌 감옥 같은 삶 그러다가 실제 육신의 감옥인 교도소에서 온 편지를 보게 되었다. 이 불자재소자는 부처님 법을 만난 후에 점점 마음의 사슬을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몸은 자유로우나 마음의 감옥에 사는 보살님과, 몸은 매어있으나 마음은 자유인이 되려고 정진하고 있는 재소자의 삶이 대비되어 비쳐졌다. 다음은 재소자의 편지 중 일부이다.
메마른 가슴에 법비를
그리운 법사님께
일요일 아침입니다. 머나먼 서울에 계신 미소가 아름다운 법사님께 펜을 들어 봅니다.
이번 주에는 저희 교도소에 체육 대회가 있었습니다. 모처럼 손에서 책을 놓고 운동장에 나아가 같은 팀을 응원하며 목청껏 소리를 질렀지요. 가슴 속에 쌓인 삼독의 분진들이 소리에 묻혀 멀리 날아가는 듯 하였습니다.
법사님,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책 잘 받아 보았습니다. 법사님 말씀대로 다른 한 권은 신심이 돈독하신 법우님께 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비록 작지만 알찬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을 보고 모두 발심하여 대비 서원을 성취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이 하나도 없어야만 성불하겠다는 지장보살의 대원이나 아촉불의 12원, 보현보살의 10대원, 약사여래의 12원, 법장보살의 48원 등은 저희 불교를 알고 믿는 불자님들이라면 스스로 갖는 약속 또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으니 많은 분들이 대비원을 세우셔서 다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미혹한 중생도 늘 밝은 원을 세워 다겁생에 익혀 온 무명의 습기를 털어내고자 하지만 습의 힘이 너무 강하여 시시 때때로 이 육신이 이끄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길로 자꾸만 들어서려고 합니다. 제 안에 이러한 마음들이 일어날 때 그 마음들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밑바닥부터, 근본 뿌리부터 잘 살펴 자각하지 않으면 또 다른 업의 굴레를 만들어 고의 윤회를 벗어날 길이 없겠지요.
어느 책에선가 보살이 한번 성내는 마음을 극복하려고 천 년을 지켜보았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 듯합니다. 하물며 저 같은 무명 중생이야 말해 무엇하겠는지요. 다만 순간순간 일어나는 원인을 주의 깊게 살펴 순간적인 쾌락이나 이익을 위해 제 자신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왔다는 것을 알고 더욱더욱 발심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과 노력한 땀의 대가를 소중히 여기고 저의 육신을 계로서 깨끗하게 하며 항상 깨어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올바로 사유하며 정진해 나갈 것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나쁜 습으로 육신을 길들여 평생의 어두움을 씻어낼 길이 없겠지요. 밝고 지혜로운 이는 깨끗한 습으로 자기 자신의 습을 잘 항복받아 청정 불국토 속에서 살아갈 것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법사님! 차 한 잔이 고맙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찻잔이라야 보잘 것 없는 플라스틱 컵이지만 물을 따르는 소리와 함께 차의 향기를 맡으며 입 안에선 차의 맛을 음미합니다. 그리고 찻잔의 온기를 손끝으로 모아 쥐어 함께 모여 앉은 동료 수용자들의 따뜻한 마음도 같이 마십니다. 법사님! 잘 만들어진 찻잎이 맑은 물을 만나 제 몸을 풀어내듯, 이 부족한 중생의 마음이 우러나서 한데 어울려 사는 지혜를 배우고 마음을 맑혀 많은 이들의 메마른 가슴을 법의 비로 촉촉이 적셔주는 그런 불자가 되겠습니다.
법사님께서도 가끔씩은 바쁘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깊은 향과 맛이 우러난 차 한 잔의 시간을 갖는다면 마음이 더욱 더 풍요로워지고 여유로워지리라 봅니다.
그럼 법사님, 푸른 하늘만큼이나 청명하고 좋은 날만 이어지시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맺을까 합니다. 법체 평안하시옵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불자 00 두 손 모아 올립니다.
마음의 해방
“세상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감옥은 바로 마음이다. 스스로 얽매는 마음이며 벗어나지 못하는 마음이다”라고 하셨다. 이 밝은 초여름에 혹시 자신의 마음속에는 어두운 감옥을 지어놓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겠다. 마음으로 지은 감옥은 오직 마음의 열쇠로 열고 나와야만 한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마음의 법칙이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