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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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놀이공원에서 만난 부처님
“삼촌, 왜 그래?” 대학생 한군은 당황하고 있었다. 놀이공원에 괜히 왔다고 생각했다. 일요일에 조카를 봐달라고 누나부부가 용돈을 준 날이었다. 하루 종일 뭘 할까 물어보니 초등학생 조카는 놀이공원에 가자고 했다. 문제는 바이킹을 탈 때였다. 조카가 꼭 같이 타자는 것이었다. 엉겁결에 함께 줄을 섰다. 바로 눈앞에서 바이킹이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한군은 끔찍했다. 몇 년 전 친구들과 함께 아무 생각 없이 바이킹을 탔었는데 죽는 줄 알았다. 기구가 하늘로 높이 올라가는데 몸이 바깥으로 튕겨나갈 것 같아 무서웠다. 움직이는 압력에 심장이 멎는 것 같고 내려올 때도 고통스러웠다. 지옥 같던 몇 분이 지날 때 한군은 완전히 공포에 질려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잘 내려올 수도 없었다. 솔직히 그렇게 무서워보기가 난생 처음이었다.
그런데 지금 조카 때문에 또 타게 된 것이다. 잔뜩 겁이 났다. 조카에게 “너 혼자 탈 수 있지? 삼촌은 밖에서 기다릴게” 했다. 조카는 “싫어. 혼자 타면 재미없어. 같이 타, 삼촌” 하며 손까지 잡았다. 한군은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나갈 길도 없었다. 오직 바이킹을 탄 후에야 정해진 대로 나가는 길이 있었다. 가슴이 답답해오고 걱정이 되었다. 조카에게 “넌 바이킹 좋아하니?” 했더니 “그럼, 얼마나 재미있는데! 난 올 때마다 꼭 타.” 조카는 한 술 더 떠서 “탈 때는 꼭 가장자리에 타야 돼. 그래야 제일 높이 올라가서 스릴이 있거든. 가운데 자리는 덜 움직여서 재미없어, 삼촌, 우리 탈 때 빨리 가서 양쪽 끝에 앉자, 응?” 눈앞이 아찔해졌다. 아니, 가뜩이나 현기증이 나고 무서운데 끝에 앉아서 제일 높이 올라가자고? “끝자리는 위험하지 않을까. 우리 적당히 앉자.” 해보았지만 “아냐, 그래야 재미있어!”하며 조카는 완강했다. 그 귀엽던 조카가 왠지 저승사자처럼 느껴졌다. 이제 공포가 한군을 사로잡았다. 차례가 줄어들 때마다 한군의 가슴은 점점 저려왔다. 정말 도망치고 싶었다. 아이도 태연하게 타는데 난 이게 뭔가 싶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가 혹시 고소공포증인가 싶었다.
괜찮을 거라고 아무리 스스로를 달래려 해도 되지 않았다. 예전 기억이 떠오르며 현기증이 나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울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 고문이 따로 없었다. 그러다 한군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다는 부처님이 떠올랐다. “부처님, 살려주세요!” 하고 속으로 외쳤다. “부처님, 도저히 못 타겠어요. 두려워요.” 몇 분 후면 차례가 된다. 이제 마지막 방법이다. 한군은 간절히 필사적으로 기도했다. 얼마나 열심히 마음속으로 애원했는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열중했다. 끝내 운명의 차례는 왔다. 조카는 신이 나서 한군을 이끌고 제일 끝자리로 갔다. 안전벨트를 매는데 꼭 고문대에 앉는 것 같았다.
드디어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군은 앞의 난간을 꽉 붙들고 ‘죽을 준비’를 하였다. “부처님, 살려주세요!”하고 마음으로 외쳤다. 그런데 다음 순간, 이상했다. 바이킹이 너무나도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었다. 분명히 하늘 높이 올라가는데 속도가 너무 느렸다. 몸과 마음에 아무 압박감이 없었다. ‘고장났나?’ 하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바이킹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평지에서 천천히 차를 타는 것 같았다.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움직이며 편안한 것이다. 이상한 기분으로 마쳤다. 조카는 “삼촌, 그거 봐, 끝에 앉으니까 더 많이 흔들리지?” 한다. 흔들리기는커녕 너무 편안했는데. “그래, 재밌던데” 하며 미소까지 지어주는 여유가 있었다.
그 날 내내 한군은 그 알 수 없는 현상에 대해 생각했다. 아니, 예전과 똑같은 바이킹인데 왜 그렇게 속도가 느리게 느껴졌을까. 문득 타고 있는 동안 무척 편안하고 자비로운 느낌까지 들었음을 회상했다.
이상하다, 뭐가 달라졌기에. 달라진 것이라고는 오직 자신이 마음으로 간절히 부처님을 찾은 것뿐이다. 정말 그래서 마음속의 부처님이 도와주셨나 하고 생각하니 놀라웠다. 내가 무서워하니 자비롭게 나투어 실제보다 느리게 느끼도록 해주신 것인가, 스님의 말씀이 정말 맞구나 하고 생각했다.
“깊고 간절한 마음은 닿지 못하는 곳이 없다. 그것이야말로 참된 에너지이다”라는 말씀이 그전에는 절실하게 다가오지 못했었다. “정말 간절히 기도했더니 통했나봐요, 신기합니다.” 놀이공원에서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한군에게는 마음속에 항상 함께 있다는 자성본래불을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8-05-13 오전 11: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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