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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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을 다시 생각하다
이근후
이근후열린마음의원

5월 가정의 달이 또 돌아왔다. ‘또’라는 말을 다시 쓰는 이유는 매년 우리들이 맞이하고 보낸 가정의 달이지만 언제나 5월 한 달 뿐 가정에 대한 인식이나 실현이 소홀해져가는 것은 아닌지 근심되는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일 년 365일 모두가 가정의 날인데 굳이 가정의 달이라고 새삼 정해 놓고 실천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라는 의문을 표하는 분도 있다. 하긴 말은 옳지만 건강한 가정으로의 실천이 미흡하기 때문에 5월 한 달이라도 정해 놓고 마음새김을 하자는 논리일 것이다. 1930년대의 한 사회학자가 당시를 기점으로 50년 정도가 지나면 가정이란 없어진다는 충격적인 논문을 발표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 이해되기로는 당시 논문을 썼던 사회학자의 개념으로 정의 내렸던 가정이란 개념이 변화할 것이란 강한 시사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했을까? 구조적으로는 대가족에서 핵가족화 했다. 그것은 가족이 중심이 되어 변한 것이 아니라 사회 변동에 따른 가족구조의 적응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이에 더하여 개인이 자기중심적인 가족으로 확고히 변해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과정에서의 진통을 보면 부부관계 부모자녀관계에서의 갈등이 주된 갈등의 중심축에 있다.
독립적인 자아와 자기중심적인 자기실현 그리고 사회적 성취를 가족구성원 각자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이어나가는 추세가 변한 것이라면 변한 것이다. 옛날의 가족제도 아래에선 자신이 주체일 수도 있고 종속된 존재일 수도 있고 위상이 역할에 따라서 서로 다른 기능을 가졌었는데 지금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족구성원 모두가 독립적인 자기중심의 실현을 하려고 한다.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모든 일들이 나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가족문제로 찾아온 내담자를 만나 보면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의 종이라고 표현한다. 자녀는 자녀대로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왜 자기를 낳았느냐고 항변이다. 갈등의 중심축에 서 있는 부모자녀 관계를 부처님에게 묻는다면 역시 <부모은중경>에 설한 내용을 다시 설하실 것 같다. 왜냐하면 <부모은중경>에서 지적하는 바가 지금에도 달리 주장할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와 지워진 인연의 중요성을 설파한 내용을 수정할 만큼 다른 정론이 없다.
부처님이 설하신 내용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녀를 잉태하고 출산하고 길러주고 걱정하고 사랑하는 인연을 새기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쉬운 이야기를 누가 모르랴 하지만 세월이 바뀌어서 그런지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는듯하다. 옛날에는 알고도 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즈음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알지도 못하는데 행함을 기대하겠는가. 부자자효(父慈子孝)란 말이 있다. 부모는 마땅히 자애롭고 자녀는 마땅히 효도해야 한다는 말이다. 옛날에는 부모는 지나치고 자녀는 모자라는 사랑이라서 자녀에게 효도할 것을 더 많이 가르친 적이 있다. 하지만 세월이 바뀌면서 이런 부모자녀 간의 사랑을 원천적으로 다시 학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르면 가르치고 알면 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말씀 <부모은중경> 말씀이 변함없이 진리라면 그 진리를 구현하기 위한 방편은 세월 따라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부모와의 소중한 인연을 인식하고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어떤 방편으로 실현하여야 할까는 가족구조의 변화나 기능의 변화에 따라 변동되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우리들은 옛날처럼 대가족제도도 아니고 기능적으로 일차적관계만 유지하고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단일 문화와 가치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다가치적 다문화 속에서 지구인으로서 함께 살아가야할 환경이라면 마땅히 실현과정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전통적인 행동양식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런 환경에선 꼭 전통적 방법만이 효를 실현하는 외길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새로운 방편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공론화가 필요한 시기에 온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부처님이 설하신 내용을 현대식으로 실현해갈까 깊이 생각해 보자. 미국 前 대통령인 레이건의 아들이 최근 한국에 와서 “치매환자에게 무엇보다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가족의 사랑”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그의 경험담이니 절실하긴 하지만 그 사랑을 어떻게 실현하였는가 하는 문제는 궁금하다. 어쨌든 오늘날에 걸 맞는 사랑의 표현이 어떤 행동일까를 정말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2008-05-13 오전 11: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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