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10·27법난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을 밝힌바 있다. 이 발표의 핵심 사안은 두 가지. 1980년 당시 신군부가 전대미문의 법난을 일으킨 원인이 조계종의 통무원장인 월주 스님에 대한 반감이었다는 것과 법난의 전후 과정을 전두환 前 대통령이 보고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조계종은 11월 6일 총무원 종무회의에서 ‘10·27 법난 특별법 제정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올해 안에 국회본회의에서 특별법 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날 조계종 중앙종회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중앙종회는 결의문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10·27 법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조계종의 요구에 대권 주자인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11월 6일 지관 스님을 예방한 정 후보가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조계종의 ‘10·27 법난 특별법 제정 추진위원회’는 특별법 제정과 관련, 너무 급박하게 일을 몰아가서는 안 된다. 과거사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한 때의 분위기나 여론몰이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좀 더 차분하고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시간에 쫓기거나 일부 의견에 경도되어서는 안 된다. 포괄적인 조사와 보상이 담보되는 법을 구상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전치권이 10·27 법난의 진상과 특별법을 통한 후속대책이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가를 정확하게 인지시키는 일은 종단 차원에서 급하게 진행해야 할 일이다. 대선 정국에 휩쓸린 정치권이 얼마나 귀 기울여 줄지 자못 의심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앙승가대가 11월 20일 후원회를 발족한다. 중앙승가대의 교육 환경 개선 등 중장기 발전을 위한 재원확충이 목적이다. 다시 말해, 학인스님들의 등록금 지원과 연구 수행풍토조성, 교원학보 및 연구활동 보조, 국내외 학술교류 활동 보조, 교직원 재교육, 필요시설 건축 등에 보태겠다는 것이다.
학인들의 교육 여건은 물론 교수진의 급료와 연구지원 등이 약한 수준이다 보니 인재 불사도 미진하고 결국 좋은 연구결과의 부재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계층 간의 경계가 거의 없다. 스님들도 전통 교육기관에서 내전을 연구하는 것에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불교학과 현대 제반 학문의 연계연구도 필요하고 불교의 전통 가치관을 현대사회의 정신가치와 접맥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앙승가대가 보다 열린 교육으로 시대를 따라잡는 ‘현대적인 스님’들 배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포교활동이 부진한 현 상황에서 중앙승가대의 역할은 무궁무진할 수 있다. 틀에 짜인 교육의 범주에서 맴돌지 않고 보다 역동적인 교육을 통해 종단의 미래를 담보해 줄 인재를 기르는 일은 급하고도 급한 일이다. 큰 뜻을 가지고 발족되는 중앙승가대 후원회에 모든 불자들이 동참해 불교의 미래를 위한 촛불 하나씩을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