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 물을 다 마신 뒤에 말해준다 하니
吸盡西江向汝道
마조는 풀 섶으로 들려 하지 않았네
馬師不肯落荒草
삼천세계 한결같이 가을 빛 감도니
三千刹海一成秋
명월과 산호가 싸늘히 서로 비친다
明月珊瑚冷相照
-천동각
방온(龐蘊, ?~785)은 호남 형양의 부유한 유교집안에 태어나 온 가족이 득도하였다고 전한다. 그의 어록과 훌륭한 게송, 유명한 공안들이 지금까지 제방에 지침이 되고 있다. 흔히 중국의 유마힐 거사로 지칭된다. 처음에 방 거사는 석두 희천(石頭希遷, 700~790)을 방문했다.
방온은 석두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우주 만물과 짝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이겠습니까?”(不與萬法爲侶者是什 人)
여기에 석두는 방 거사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즉시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그거지” 하고 말문을 막았다. 여기서 깨달음의 문턱까지 안내된 듯하다.
다음에 마조를 방문하여 똑같은 질문을 한다.
마조는 대뜸 말을 받았다.
“그대가 서강의 물을 한 숨에 들이킨다면 바로 얘기해주겠네(待汝一口吸盡西江水).”
이 말끝에 거사가 바로 깨달았다.(居士言下 頓領玄要)
(<선문염송> 5권 161칙 ‘一口’)
위의 선화는 천동각의 선시를 있게 한 이야기다. 이 ‘一口吸盡西江水’ 공안에 뒷날 뜻을 밝힌 게송 한 수를 풀면서 본칙 게송에 접근해보자.
천지에 홀로 가는 사람에게 묻노니
전부를 내어 주며 친하라고 부탁하노라
서강 물을 다 마시어 한 방울도 없으니
목구멍이 길목임을 누가 알리오
-석문이
석문이의 게송 1행과 2행은 아무런 사량분별심을 일으키지 않는 이 사람이, 투명하게 그림자 없이 가는 이 사람이 바로 ‘독보인’이니 그에게 다가가도 그가 될 수 없으며, 친하고자 해도 도저히 친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그가 나이고 내가 그가 될 수 있는가? 바로 ‘한 입에 서강 물을 모두 마셔야’ 알 수 있으니, 또 그럼 어떻게 해야 서강 물을 한 입에 다 마실 수 있는가? 4행에서 석문이는 물을 마시는 데는 목구멍이 길목이라 친절히 일러준다. 그러나 이 말에 속지 말고 잘 살펴야 한다. 물을 마시는 데는 목구멍, 도를 체달하는 데는 그 길목이 무엇인가?
이제 모두의 천동각의 본칙 게송에 닿을 것이다. 1행과 2행에서 노래하듯이 이미 깨친 마조는 저자거리로 몸을 나투어 있지만, 방 거사의 이항대립적인 양변의 견해에 빠져들 리가 없다.
오직 보살은 진리의 세계에 들지 않고 형상을 사회 속에 깊숙이 묻고 분별심으로 가득 찬 중생을 일원의 세계로 돈입시키고자 기회를 보고 있다. 2행에 ‘몸은 풀 섶에 들어 있지만 마음은 풀 섶 밖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풀 섶에 있는 중생을 구원하고자’ 한다. 이 사람의 경계가 “삼천세계 한 결 같이 가을 빛 감도니”이니 여기에 아무런 허튼 생각이 들 리 없다. 비유컨대 “명월과 산호가 싸늘히 서로 비친다(明月珊瑚冷相照)”로 형상화할 뿐이다.
착어 : 입추 후에는 여름옷은 세탁하여 갈무리해야 하고 두꺼운 옷은 손질해야 한다.
방 거사는 석두의 제자이며 동시에 마조의 제자다. 처음 석두에게 공부한 방 거사는 나중에 마조에게 깨달음을 얻어 마조에게 법사(法嗣)하였듯이 이런 강호의 두 거장이 상호 협력하여 다툼 없이 오직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위해 손을 내미는 보살정신은 바로 선의 정신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