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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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수능시험기도
감사·보시 실천하며 이웃과 하나 되기
수능시험을 앞두고 H씨는 오늘도 예불에 참석하여 기도하였다. 이제 며칠이면 시험이구나 하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이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처음 절에 오던 날을 생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어릴 때 부모님 따라 가끔 절에 가곤 했었지만 시집 온 후로 거의 가지 않았다. 초파일에만 등을 밝히는 정도였지 사는 게 바빠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하나 뿐인 아들이 고3이 되자 문득 마음이 불안해졌다. 아들 성적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을 지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고3엄마로서 뭔가 더 정성을 보여야 할 것 같았다. 이웃집 엄마가 항상 절에 열심히 나가는 것이 떠올랐다. 그를 따라 지난겨울부터 절에 다니게 되었다. 오직 내 아들을 위해서였다. 그렇게라도 하면 부처님이란 분이 그래도 아들을 잘 봐 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매일 절에 가면 마음으로 아들 합격 발원 기도만 하였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수험생 부모를 위한 스님의 법문을 듣게 되었다. 어떻게 내 아이를 위해 지극정성 기도하나, 기도 원력에 대한 말씀이려니 싶었다. 그러나 스님은 “어느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위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그것은 기본적인 마음입니다. 그러나 불자라면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야 합니다. 나만을 위하는 일은 누구라도 합니다. 세상사람 누구나 악인조차도 자기 자신은 위할 줄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절에 왜 다닐까요? 바로 부처님 되기 위해서입니다. 내면에 본래 갖추어져 있는 부처님의 마음을 찾아가는 것이 불자의 길입니다.” 아니, 나 잘 되기 위해 절에 다니는 것이 아닌가…. 순간 H씨는 머리가 쿵하고 울려왔다. 스님의 다음 말씀은 더 놀라왔다.
“모두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 부처님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모든 인연된 수험생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우리나라 모든 수험생 학생들이 이번 1년 건강하게 최선을 다해 실력을 발휘하기를 기원 드립시다. 그 안에 내 자녀가 포함되어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바른 마음으로 모든 자녀를 위하는 불자의 기도를 부처님께서 외면하실 리가 없을 것입니다.” H씨의 마음속에서 자꾸, ‘싫어, 다른 애들보다 내 아들이야, 내 아들부터 합격하고 볼 일이야. 남 위해 기도할 새가 있나’ 하는 소리가 나왔다. 스님은 마치 그런 자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또 다짐을 하셨다. “자기 자녀가 잘 되려면 부모가 공덕을 쌓아야 합니다. 공덕을 많이 쌓고 싶으시면 이 기회에 기도 보시, 마음보시를 많이 하십시오. 특히 기도해줄 부모가 안 계시거나 어느 한쪽 부모가 안 계신 학생들을 위해서는 더욱 지극한 마음을 내 주세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습니까, 여러분들 같은 부모가 안 계시니. 시험에 합격해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없을지 근심걱정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따뜻한 마음을 내 보세요.”
H씨는 마치고 나오며 안내해준 이웃 보살에게 “아유, 옳은 말씀 같기는 한데 솔직히 힘이 드네요. 내 아들 생각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남의 아이들까지” 하고 털어놓았다.
보살은 미소 지으며 “힘드니까 그만큼 보람이 있지요. 쉬우면 누가 못하겠어요? 그래서 공덕이 된다고 하신 것 아니겠어요” 하더니 “제가 오시던 날부터 보살님 아드님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는 것 모르셨죠?” 한다. 가슴이 뭉클하게 고마웠다. “아니 우리 애 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하니 “보살님 만난 것이 제 인연이니 무조건 마음을 내는 거예요.”
H씨도 그 때부터 기도할 때 모든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처음엔 어려웠다. 그러나 ‘그래, 보시다, 보시’하며 자꾸 해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오히려 아들에 대해서 갈수록 든든한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감사하고 놀라운 체험이었다. 몇 달이 지나자 전에 내 아들만 생각하며 불안해할 때와 비할 수 없는 안정감과 환희심까지 올라왔다. 곧 있을 수능시험, 오늘도 지극한 마음으로 모든 학생들이 건강하게 최선을 다하기를 기도하러 절에 가고 있다. 부처님 마음을 찾으려는 불자의 기도는 달라야 한다. 나만을, 내 자녀만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중생무변서원도를 행하는 것이 참된 불자이다. 차별 없이 평등하게 일체중생을 위하시는 관세음보살의 마음과 모든 중생을 단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제도하겠다는 지장보살의 원력과 그 마음을 본받는 것이 불자 아닌가.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8-05-09 오후 10: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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