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카필라국의 왕자 고타마시타르타가 니련선하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순간부터 부처님과 그 가르침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그 가르침을 전하면서 승단(좋은 벗들의 모임, Sangha)이 생겼다. 삼보 다시 말해 불법승(佛法僧)이 형성되면서 불교는 종교로서의 형식을 완성했다.
오늘날 불자들은 기본교리를 체계적으로 학습하지 못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불교의 정체성을 신행의 골간으로 삼기보다는 많은 방편 중의 하나에 집착하여 편협하게 불교를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승단이 부처님 법에 온전하게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불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매우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부처님 법대로’라는 지극히 당연한 모토가 새로운 시대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조계종이 유교(遺敎)법회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연찬회를 가진 것은 바로 시대적 과제가 된 ‘부처님 법대로’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불교의 정체성에 철저히 천착한 관점에서 오늘의 모습을 성찰하고자 한다는 것은 매우 용기 있는 일이다. 비겁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끝내 참회조차 하지 못하는 법이다. 오늘날 조계종이 그 몸의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중흥조 경허 선사와 만공 선사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처럼 형성된 ‘자기고민’의 분위기라 좀 더 진지하고 철저하게 확산되어 새로운 종단의 틀을 창출해내는 에너지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