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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원칙과 외교의 조건
정용길 동국대 정치학 교수

“정치는 역사의 딸이고, 역사는 지리(地理)의 딸이다”라는 말이 있다. 지정학의 중요성이 잘 표현된 말이다. 다시 말해 어느 나라의 현재 정치는 그 나라의 역사에서 비롯되고, 그 나라의 역사는 그 나라가 놓여 있는 지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시절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러시아에 주요 인사들을 특사로 파견하였던 일이나, 대통령에 취임한지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스스로 미국, 일본을 순방한 것은 앞에 지적한 현재의 정치, 역사 그리고 지리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외교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나 조직과의 관계에서 자기나라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활동이다. 국가이익이란 국가안보, 자주성 확보, 경제발전, 국제사회에서의 지위향상 등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미국, 일본 방문도 이러한 국가이익 추구활동의 범주에 속하는 일로 분쟁의 해결보다는 공동이익의 증진에 더 큰 비중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한ㆍ미 정상회담을 결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주한미군 3500여명의 추가 감축계획을 백지화하고 현 2만8500명 선으로 유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MS)조건을 최혜국인 NATO와 일본수준으로 격상시켜 줄 것 미 의회에 요청, 한국인의 미국방문 비자면제프로그램 연내 시행 등이다. 이에 비하여 미국의 성과라면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테러와 환경, 인권문제 등 범세계적 문제에 한국이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한국의 협력약속 그리고 한국 쇠고기시장개방 등이다. 또한 한국과 미국 모두 관심이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군사동맹의 수준을 넘어 21세기 전략동맹을 맺어 글로벌 파트너로 관계를 격상시키고, FTA 연내 비준을 위해 공동노력하며, 방위비 분담증액 대신 분담방식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를 재확인한 것 등이다.
이제 심각한 문제로 남는 것은 미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압박해 온 미사일방어체제(MD)구축,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정식참여, 방위비분담금 증액, 평택기지조성비용 증액, 아프간 추가파병, 한ㆍ미ㆍ일 삼각안보협력 등 6대 안보쟁점사항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쇠고기개방문제와 FTA 국회비준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이것들로 한국이 입는 손실은 위의 6대 안보쟁점사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한국은 주변 강대국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과 동맹을 맺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손실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미국에게 군사ㆍ안보상의 역할을 요구하면서 우리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면 동맹은 이루어질 수 없다. 한국보다 월등한 국력을 갖고 있는 독일과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며 그들의 국익을 챙기는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한ㆍ일 정상회담에서는 과거보다 미래를 중시하여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ㆍ일정상은 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ㆍ일 과거사 문제 외에 북핵 해법, 한일 FTA를 비롯한 경제협력 확대방안 등 양국간 현안과 북핵, 일본인 납치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한 뒤 북ㆍ일 국교정상화교섭에 들어간다는데 입장을 같이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측이 FTA보다 더 넓은 의미의 경제통합이라고 주장하며 사용하는 용어인 EPA(경제연대제휴협정)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ㆍ일 관계에서 한국이 바라는 것은 한ㆍ일 과거사 문제와 무역역조 그리고 부품산업분야의 기술이전문제 등에 대한 일본 측의 전향적인 자세이다. 또한 일왕(日王) 초청문제도 논란이 예상되는 일이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순방외교를 평가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분명히 알아두어야 하는 것은 주변 4개 국가들은 국력에 있어서 한국이 1:1로 상대하기가 힘겨운 강대국들이라는 현실이다. 그에 더하여 또 우리는 현재 분단국이라 외교활동을 펴는데 여러 가지로 불리한 입장이라는 것을 감안하여야 한다.
협상에서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특히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약소국이 전적으로 이익만을 취할 수는 없다. 서로 양보하는 것이 있을 때 합의가 이루어지고 선린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협상의 철칙임을 알아야한다.
2008-04-28 오전 11: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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