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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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후의 과제
황진수
한성대 교수

4월 9일 치러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는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한 선거였다. 투표율 4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경종(警鐘)이다. 국회의원 당선자가 지역주민의 대표라는 상징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50% 미만이 투표했고 50%미만 득표할 경우 4명중 1명만의 지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20명의 후보는 30%의 지지로 당선되었다. 그러면 왜 이리 투표율이 낮았을까. 양대 정당이 후보 공천을 늦게 했다는 점, 선거쟁점이 없어 시들해진 분위기, 그리고 정치권에 대한 일반적인 불신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는 보수진영의 대거진출과 민주화세력의 몰락을 들 수 있다. 보수진영은 한나라당 153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보수계 무소속 18석등 도합 203석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 17대 민주화세력, 진보진영이 차지했던 171석을 능가하는 숫자이다. 이는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의석 과반수를 넘기긴 했지만 안정적 국정운영을 충족시킬 수 있는 158석에는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 통합민주당은 물론 자유선진당, 친박연대등 야당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일방적 독주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순환하는가(아놀드 토인비)’ 아니면, ‘역사는 진화하는가(E.H.카아).’ 우리나라의 정치 핵심세력이 산업화 중심의 보수 세력에서 진보와 민주화를 내세운 386세력으로 좌회전 진행하더니 다시 보수 세력으로 우회전을 했다. 이것은 국정운영의 축이 개인 호주머니(복지)보다 나라살림(성장)에 무게를 둔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셋째,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구(牽制球)를 통합민주당이 아닌 이회창(충청), 박근혜(영남)가 맡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충청도의 정치 성향은 여야 골고루 나눠주는 합리적 구도였는데 이번에는 자유선진당 일색으로 나타났다. 충청도 민심이 반란을 일으켰는가, 뿔이 났는가. 또 영남권의 민심은 공천불만에 따른 박근혜 동조론이 크게 작용했다. “저는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라고 울먹이면서 말하는 박근혜의 목소리에 영남권의 민심은 정서적으로 동감했고, 이명박 정권의 실세 몇 사람이 낙마했다. 이러한 정치적 흐름은 500만표 이상으로 압승한 이명박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오만하지 말고,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라’는 국민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넷째, 이제 3김(金)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특히 호남에서 ‘선생님’의 입김이 먹히지 않았다. DJ의 3남 김홍업이 낙선을 한 것은 호남의 정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YS의 아들 김현철은 공천신청조차 못했고, JP의 흔적은 바닷가 모래위의 글씨처럼 희미하다.
그러면 앞으로 정국의 방향은 어떻게 짜야 하는가. 이명박 정부가 선거공약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또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민적 화합을 해야 한다. 그리고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찬 노무현 정권의 경험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독주하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가 많다. 한미 FTA비준 및 체결문제, 금융산업의 개편 문제, 청년실업의 문제, 북핵문제를 비롯한 북한과의 관계설정문제, 양극화문제해결 등 수 없이 많다.
또 한반도 대운하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운하를 만드는 것에 많은 국민이 우려와 걱정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5년 임기에 불과하지만 잘못 판 대운하의 재앙은 영원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심각한 토론을 거친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이명박 정부의 실용경제, 실용복지, 실용외교를 보여 주어야 한다. ‘무소의 뿔’처럼 가기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하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2008-04-14 오전 11: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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