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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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조선의 현씨 부인
영조 41년(1765) 목판본으로 간행된 <염불보권문(念佛普勸文)>은 정토수행의 중요성을 한문과 언해(諺解)로 병기하는 등 일반 대중에게 염불의 공덕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해인사판 <염불보권문>은 밀양에 사는 현(玄)씨 부인의 뜻을 받들어 간행한 것으로, 18세기에 살았던 한 여인의 염불수행과 함께 당시의 언어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명연 스님이 <염불보권문>에 기록한 현씨 부인의 일화를 요약하면 이러하다.
경상좌도 밀양에 성은 현씨요, 불명은 본원(本願)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기사년 12월 어느 날, 마침 가사 화주를 하는 스님이 시주를 청하므로, 홀연히 신심을 내어 보시를 하게 되었다. 그날 밤 삼경(11시~1시)에 스스로 자기 입에서 염불이 나와 일상의 업으로 삼게 되었다. 추우나 더우나, 가고 오며, 낮과 밤이 길고 짧은지도 도무지 알지 못하고 큰 소리로 염불하였다. 하루 밤낮으로 3만 번씩 하여 36개월이 되는 신미년 12월 24일 삼경에도 염불은 이어졌다. 이 때 서쪽으로부터 오색의 상서로운 구름이 다가와 한가로이 날리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악기소리가 들려오고 묘한 누각 가운데 세 송이의 꽃이 있었으며, 꽃 위에는 세 부처님이 앉아 계셨다.
현씨가 부처님을 바라보자, 부처님께서 설하셨다.
“네가 염불하기를 3년을 채우고 발원하여 부처님 보기를 간절히 원하므로 앞에 나타나 너를 위해 말하노라. 스승을 정하여 참회하고 출가하여 입산하라. 너의 자손과 밭과 땅과 재물이 태산 같지만 모두 허망한 것이다.”
현씨는 그 말씀을 듣고 믿고 받들어 행하여 계를 닦은 지 27년이 되었다. 그동안 무려 25번이나 부처님을 뵙고 법문을 들었다. 그는 하루 저녁에 서쪽을 향하여 예불하며 50배를 하고 항상 일념으로 염불했다.
현씨가 73세에, 목숨을 마칠 때 자손들을 모아 놓고 유언했다.
“나를 화장한 후에 <염불보권문>을 발행하여 일체 만인을 극락국토로 인도하여라. 나는 지금 부처님의 원력으로 마음이 즐거우니 돌아가련다.”
그때 앞에 나타나신 아미타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들 대중은 여러 경전과 불ㆍ조사의 말씀을 믿고 들어라. 무수한 방편을 설하셨느니라. 이러한 까닭에 상근기와 중근기는 정법(正法: 혹은 戒法)과 상법(像法: 계법과 유사함)이 견고하여 득도하지만, 하근기의 말법시대에는 여러 문이 열려 있거나 혹은 닫혀 있는 것이니라. 말법시대에 일어나야 할 가장 적당한 수행은 정토문이니 왕생을 구하여 염불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극락세계에 왕생할 것이니라.”
이에 현씨가 특별히 막내아들인 각성에게 당부했다.
“너희들은 입산하여 불도를 위하여야 한다. 재물을 내어 판을 새겨 <염불보권문>을 발행하여 일체 노ㆍ소ㆍ남ㆍ여에게 아미타불을 염할 것을 권하여라. 매일 이른 아침에 서쪽을 향하여 예불 삼배씩을 한 후 40번씩 염불하는 자는 나의 국토 연꽃 가운데 모두가 태어날 것이니라.”
각성은 어머니 현씨의 말씀을 듣고 받들어 봉행하여 <염불보권문>을 새로이 새겨 합천 해인사 장경각에 보관했다.
현씨 부인은 자나 깨나 일심불난(一心不亂)한 염불정진을 통해 시방불(十方佛)이 현전(現前)하는 염불삼매를 성취하고 극락왕생하였다. 이는 모든 염불행자들이 염원하는 수행의 경지이다. ‘부처란 상(相)이 없는 것’이지만, 허무가 아니란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법신(法身)은 무량공덕을 갖추었기에, 필요한 때는 부처의 상호를 우주에 가득 차게 나타내는 것이다.
보통 염불삼매에는 인(因)과 과(果)의 두 경계가 있다. 일심으로 부처님의 상호를 관하는 관상(觀像)염불, 또는 법신의 실상을 관하는 실상염불(實相念佛), 부처의 명호를 외우는 행법 등을 인행(因行)의 염불삼매라고 한다. 이러한 인행의 염불삼매가 성숙되면 마음이 선정에 들어가서 시방불이 현전하거나 법신의 실상 즉, 진여불성에 계합하는데 이것을 과성(果成)의 염불삼매라 한다. 김성우 객원기자
2008-04-08 오후 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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