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기념 대중강좌 ‘붓다의 생애와 가르침’
부처님 일대기를 통해서 배우는 불자 신행
강사 : 권기현(위덕대학교 불교문화학부 교수)
주최 :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개발원
후원 :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일시 : 2008년 3월 26일
장소 :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
인생이란, 그리고 쉼표를 찍는다. 느낌표일수도 물음표일수도 있지만 왠지 쉼표를 찍고 싶다.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에 대한 답은 인간의 몸이어야만 깨달음을 위해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번 짧은 쉼표를 찍는 순간에 인생이 정의됐다. 고타마 붓다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열반에 이르는 길을 보인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번호부터 8주간 연재될 붓다의 인생은 ‘불교와 붓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소통의 삼각구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여정의 첫 번째 시간으로 붓다의 탄생국가인 인도와 인도의 사상계 전반을 현재시점에서 조망해 본다.
부처님은 불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며, 우리는 부처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가 오늘 강의의 핵심입니다. 붓다의 생애는 부처님 생전에 쓰인 것이 아니고 많은 제자들의 구전에 의해 오랜 세월 전승된 것이 후일 기록된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깊은 산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나고 뾰족한 돌이 개울을 구르고 바닷가에 다다라서는 조약돌이 된 것처럼, 붓다의 생애 또한 많은 선지식들이 온 정성을 다해 갈고 다듬은 내용을 우리가 접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말하기 전에 우선 인도인들은 중국인들과 달리 핵심적 시간 개념인 역사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습니다. 붓다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 전생부터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도인에게 삶이란 한 생애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도인들은 (불교 이전부터) 인생은 일회성이 아니라 윤회전생 한다는 시간적 개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 번의 생애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인도인들의 보편적 생각입니다. 따라서 부처님의 생애에 대한 자료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붓다의 생애를 통해 그의 가르침에 접근하고자 하기에 현존하는 자료를 토대로 붓다 삶의 과정을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는 오랜 세월 전 작은 눈꽃 하나가 히말라야 정상에서 뭉쳐진 것이 구르고 굴러 뭉쳐짐이 더해져 우리의 눈이나 생각으로 쉽게 느끼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크기의 눈덩이가 된 것과 같습니다. 현재의 불교는 너무나 복잡다단해서 무엇이 불교인지 또한 그 핵심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는 비밀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열쇠는 붓다의 생애이고, 이 열쇠에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이 8주에 걸친 기획강좌의 개설이유입니다. 또한 오늘은 본격적인 생애에 들어가기 이전에 특별서비스로 실타래를 하나 더 드립니다. 혹시 길을 잃으면 사용하세요. 실타래는 오늘의 주제인 인도문화의 다양성입니다.
과거 한국 불교에서 붓다의 모습은 다분히 신비적이고 초현실적인 신성적 모습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실증적이며 현실적인 인간 붓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봅니다. 이것을 두고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닌 관점의 차이로 받아들여 주시길 바랍니다. 사실상 이 두 가지 관점은 중도적 차원에서 해결돼야 하는 문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붓다의 생애는 신비적인 면과 현실적인 면, 종교적 신격화와 실증적 합리주의에 대한 치우침이 없이 이해해야 합니다. 왜 붓다는 인도에서 태어났을까요? <삼국유사>에 신라 불국토설에 대한 기사가 거론되긴 하지만, 왜 신라시대에는 붓다가 태어나지 않았을까요? 이러한 물음표를 띄어본 적이 있는지요. 오늘날 대한민국 서울에 붓다의 선근(善根)종자가 태어난다면 과연 붓다로의 완성이 가능할까요? 우리 문화 속에서라면 저는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인도는 다양성의 민족임을 기억하십시오. 인도사는 인더스문명으로부터 5000년의 긴 역사적 배경을 갖습니다. 보통 국가의 역사개념과는 훨씬 넓은 시간개념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요. 우리 역사도 반만년이라고 배웠지만 이것은 우리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역사입니다. 비록 인도 지형도 한국과 같은 반도라 해도 우리와 달리 거의 전세계적인 모든 지리조건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인도 동쪽의 뱅갈만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영일만과 달리 인도의 태풍인 사이클론이 발생하는 거대한 만 형태의 바다입니다. 서해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아라비아 해며, 남해는 세계의 대양인 인도양입니다. 산은 어떨까요?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를 이고 있음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인도 기후를 볼까요? 위로는 4계절의 만년설이 있고, 아래로는 일년내내 상하(常夏)의 기온을 유지합니다. 좀 더 지리적인 면을 보면 북인도에는 기차를 타고 2박3일을 가도 끝없이 펼쳐진 힌두스탄 대평원이 있습니다. 평원의 서쪽에는 라자스탄 사막이 펼쳐져 평원문화와 사막문화도 북인도에 있습니다. ‘산은 문화를 단절하고 강은 문화를 통합시킨다’고 하듯이 히말라야 산에 의해서 인도문화와 중국문화가 나누어져 있는 반면에 힌두스탄 대평원의 젓줄인 갠지스강은 북인도 동서 문화를 통합시킵니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중인도 문화권으로 데칸고원이 펼쳐집니다. 또 아래는 남인도 문화권으로 북인도와는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인종도 문다, 드라비다로 대표되는 아리안과 다르고 식생도 다릅니다. 북인도는 과거 밀이 주식이지만 남인도는 쌀이 주식입니다.
사회적으로는 경제적 삶의 모습 또한 극과 극의 삶이 공존하고 있지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인도의 부자집 담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극도의 빈곤층이 천막에서 살아갑니다. 너무나 극과 극의 대비라고 할 수 있겠지요. 비록 인도출신은 아니지만 인류 사랑의 상징이었던 테레사 수녀와 같은 분이 있는 반면, 사티라는 이름으로 산 사람을 화장하는 비윤리적 사회관습이 공존합니다.
인도는 언어자체도 다양합니다. 우리의 방언 개념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우리처럼 국어 개념이 아니라 국가에서 18개의 공용어를 인정하고 있지요. 언어라고 하는 것은 한 민족의 공통어라고 여기는 것이 우리의 통념인데 인도는 다릅니다. 인도인이 영어를 잘하는 이유도 일차적으로는 영국식민지의 원인이겠지만 인도 자체 내에서 18개 언어 사이에서는 서로 완벽하게 대화가 되지 않고, 외국어처럼 따로 배우지 않으면 읽을 수가 없기에 국내 사람끼리 만나도 영어로서 대화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다언어를 이야기하는 것은 언어를 달리 사용함으로써 사고하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언어란 인간의 사고를 개념화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진 인도인은 엄청난 사고방식의 다양함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고는 다양한 문화를 낳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와 민족이 거의 단일문화로 형성되어 왔지만 인도는 다릅니다. 한마디로 인도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합니다. 이 말은 다양한 사상과 철학, 종교가 공존한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인도는 문화의 차이 즉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을 수용하고 융화하는 용광로와 같은 문화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다양성의 조화로움 속에서 붓다는 태어났고 그 속에서 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인류의 모든 사유구조를 배우고 경험하고 실천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부질없음을 통렬히 깨달았습니다. 남은 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떨치기 어려운 두 가지의 극단적 사유구조 즉, 화학적 성분구조 차이로서의 물과 불이 아니라 사유방법의 차이로서 더 나아가 문화차이로서의 상징적 의미로 물과 불의 조화를 이루어 내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이상으로 붓다의 씨앗이 고타마 붓다로 완성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화의 다양성이 실타래로 있었기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끝으로 우리도 단일문화의 벽을 넘어 문화적 사고의 폭을 넓히고, 갈등을 극복하고, 너와 내가 서로 다름과 같음을 수용한다면 이 땅 대한민국에서도 언제든지 누구나가 붓다로 거듭날 수 있음을 믿습니다.
글=가연숙 기자 omflower@daum.net
사진=박재완 기자 jwpark@buddhapia.com
팁 부처님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이번 대중강좌는 3월 26일부터 5월 21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행된다.
▶ 문의 및 접수 : 불교인재개발원
(02)735-2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