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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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은 생명·행복의 근원
지관 스님
김포 용화사 주지

‘종교인 생명평화 100일 도보 순례단’이 한강과 남한강, 낙동강을 포함한 한반도운하 예정지의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해 2월 12일 김포의 애기봉전망대에서 출발하여 부산 낙동강 을숙도까지 50일간의 여정을 무사히 끝냈다.
출발한 첫째 날은 영하 15도의 추위 속에서 천막 잠을 자며, 한 마리 애벌레처럼 침낭 속으로 몸을 밀어 넣어보지만 혹한의 강바람은 잠을 설치기에 충분할 만큼 혹독했다. 침낭 옆 배낭 속의 페트병 물마저 얼어버릴 정도였다. 생명의 강을 모시기 이전에 내 몸 하나 제대로 추스르는 것도 쉽지 않다고 여겼던 것이 오히려 사치였다고 느끼며, 내일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좀 더 따뜻하길 기다려 보지만 막바지 겨울의 첫날밤은 참으로 길기만 했다.
순례단 단장인 이필완 목사는 몸살과 독감으로 강둑길에서 쓰러진 뒤 깨어나자마자 엉엉 울었고, 새만금 삼보일배로 망가진 양 무릎을 3번이나 수술하여 지팡이를 짚고 걷는 수경 스님은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어느 성당의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잘 버티던 박남준 시인도 물금나루터에 들어오자마자 몸살감기로 잠시 입원을 해야 하는 등 우리 순례단 모두는 폐수가 흐르는 강물처럼 허위허위 지친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우리 순례단은 평일에는 50여명, 주말에는 수백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생명줄인 강변길을 걸어서 왔다. 그동안 약 1만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 구간 구간마다 도보순례에 동참하며 위기에 처한 우리 강의 생명과 평화를 위해 참회와 성찰의 기도를 하며 ‘한반도운하 구상’이라는 ‘유령’의 실체가 얼마나 허구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보아왔다.
과연 우리들에게 강은 무엇이며,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한반도운하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넘어서, 운하 개발 사업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우리 모두가 인간과 강 즉, 공존하고 있는 이 세상을 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논리를 넘어서 우리들 세대만이 아닌, 면면히 이어갈 우리의 후손세대까지도 배려하자는 것이다. 우리들에게서 강은 생명줄, 그 자체인 것이다. 강은 그냥 강이 아니었다! 강은 매일 똑같으리라 생각하며 강길을 걷는 우리들에게 다양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부운하 예정지의 1500리 강변을 따라 걷다가 살아 숨 쉬는 듯한 깨끗한 강물을 만날 때는 피로에 지친 우리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곤 했다. 골재 채취 등으로 강줄기의 내장이 파헤쳐지거나, 각종 폐수로 시커멓게 죽어가는 강물과 마주칠 때는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그만큼의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강은 산과 더불어 있고, 산은 강과 함께 있기 금수강산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옛 속담처럼 “수단(한반도운하)과 방법(살생과 파괴)을 가리지 않고, 목적(단기간의 경제부양)을 위한 것이라면 상관없다”라는 인식 속에서는, 불교의 근본가르침인 연기(인과)법을 믿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 이상 생명 평화의 행복은 먼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남은 50일의 여정을 걸을 것이다. 호남운하와 충청운하의 예정지인 목포 영산강을 출발하여 금강 충주를 거쳐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우리의 생명줄인 강을 살리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잘 보전될 수 있도록 간절한 소망을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흘러가는 강물의 속도에 맞추어 걸으며, 생명의 강과 하나가 될 것이다.
2008-04-07 오전 10: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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