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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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빠따짜라
‘지계제일’ 비구니인 빠따짜라는 “오온이 모두 공함을 비추어 보고 일체의 고와 액을 넘어섰다(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고 하는 <반야심경>의 관법(照見: 위빠사나)으로 해탈한 아라한이다.
사위성에 사는 부호 상인의 딸이었던 빠따짜라는 성장한 후 머슴과 눈이 맞아 몰래 도망쳐서 인적이 드문 마을에 숨어 살았다. 그러다 그녀는 첫째 아이를 낳고 둘째를 갖게 되었다. 해산날이 다가와 친정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여행 도중에 큰 태풍이 불었다. 남편은 피난처를 짓기 위해 재목과 풀을 구하려고 숲으로 나갔다가 독사에게 물려 죽고 말았다. 그녀는 두 아이를 껴안고 땅바닥에 간신히 엎드려 밤을 보냈는데, 설상가상으로 사위성으로 가는 도중에는 강이 가로 놓여 있었다. 물이 깊어서 그녀는 갓난아기를 강기슭 풀 위에 눕히고 큰 아이를 안고 강을 건넜다. 중간쯤에서 문득 뒤를 돌아보니, 독수리 한 마리가 내려와서 갓난아기를 채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깜짝 놀라 아이를 강물 속에 떨어뜨렸고, 그 아이는 급류 속에 휩쓸려 버렸다. 졸지에 남편과 두 아이를 잃은 그녀가 간신히 사위성에 당도해 보니, 친정집은 태풍이 불던 저녁에 무너지고 불이 나서 온 식구가 깔리고 불에 타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너무나 큰 충격으로 미쳐버린 그녀는 정처 없이 걸어다녔기에 속옷마저도 갈갈이 찢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빠따짜라(천조각을 걸치고 걷는 여자)’라고 불렀고, 절에 얼씬도 못하게 하였다.
어느 날 그녀는 마침내 기원정사에 이르렀다. 그때 사람들은 그녀를 막았지만, 부처님은 설법을 하시다 멀찌기 빠따짜라가 있는 것을 보시고, 법회에 오게끔 하셨다. 그녀가 가까이 오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주의를 기울이고 안정하오.”
그러자 그녀는 치마를 입지 않고 있음을 깨닫고 부끄러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떤 사람이 천을 한 장 주어 그것을 두르고 나자, 부처님께서 “먼저 죽은 사람들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스스로를 정화하고 열반을 실현하기 위해 힘쓰라”는 법문을 하셨다. 이런 가르침을 듣고 그녀는 순식간에 수다원과를 얻었다.
마침내 비구니가 된 그녀는 어느 날, 발을 씻고 있다가 세 번이나 물이 멀리 튀어 가거나 가까이 방울져 떨어짐을 보고 사람도 어려서 죽든, 중년이나 노년이 되어 죽든 반드시 죽어야 하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물이 생기고 사라지듯 생멸(生滅)하는 것이 중생의 생사(生死)임을 명확하게 알았다.
이때 부처님은 기원정사에서 천안통으로 보시고 광명을 보내어 그녀 앞에 모습을 나타내고 말씀하셨다.
“빠따짜라여, 너는 지금 바른 길로 가고 있다. 이제 너는 다섯 감각의 범주(五蘊)에 대해 진정으로 알아차리게 되었다. 감각의 범주들이 영원치 않으며, 불안정하고, 하찮은 것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백년을 산다 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느니라.”
설법이 끝나자 그녀는 아라한과를 성취했다고 <법구경>과 <장로니 게송>은 전하고 있다.
수행자가 색(色: 물질) 수(受: 감수작용) 상(想: 표상작용) 행(行: 의지와 욕구 등 정신작용) 식(識: 인식작용) 등 오온에 대한 정견이 없으면 보이는 현상, 소리, 냄새, 맛, 감촉을 나의 것으로 집착하여 괴로움에 빠진다. 오온을 나라고 생각하고, 오온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나의 것이라고 애착하는 순간부터 그것에 대한 탐진치가 일어나고, 그것이 마음의 주인이 되어 행위를 하고 계속 그러한 성향을 쌓아간다.
그러나 수행자가 매순간 오온의 생멸을 바르게 관찰하고, 오온의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를 알면 실재하지 않는 ‘거짓 나’에 묶이지 않고, 오온으로부터 해탈하게 된다. <불설오온개공경>에서 부처님은 “나의 제자라면 이 5온을 관찰하여 ‘나’와 ‘내 것’이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관하고 나면 곧 세간에 취하는 주체(能取)도 취할 대상(所取)도 없으며, 또한 전변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스스로 깨달아 열반을 증득함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하셨다.
김성우 객원기자
2008-03-17 오후 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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