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차 좋아하시죠?”
30대 여자법우가 묻는다.
“네. 그런데 왜요?”
법우는
“어떤 차를 주로 드세요?”
하더니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헤헤…, 사랑차 드셔 보셨어요?”라고 한다. “사랑차요? 그런 차도 있어요?”
법우는 “네, 있어요. 그런데 마음으로 만들고 마음으로 마셔야 돼요.”
마음으로요?
미소가 절로 나왔다.
다음은 법우가 전해 준 사랑차 제조법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밝은 봄날을 기다리시며 사랑차 한 잔 만드셔서 깊이 음미해 보시면 어떨까요. 혼자만 드시지 마시고 주위에 사랑의 차 향기를 널리 퍼뜨려주시면 더욱 더 좋겠고요.
사랑차 만들기
먼저 재료를 준비합니다.
1. 성냄과 불평은 뿌리를 잘라내고 잘게 다집니다.
2. 교만과 자존심은 속을 빼낸 후 깨끗이 씻어 말립니다.
3. 짜증은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토막을 낸 후에 넓은 마음으로 절여 냅니다.
재료가 준비 되셨나요? 그럼 시작합시다.
4. 실망과 미움을 한 컵씩 붓고, 불만은 씨를 잘 빼내어 넣은 다음 푸~욱 끓이세요.
5. 미리 준비해둔 자료에 인내와 기도를 첨가하여 재료가 다 녹고 쓴맛이 없어질 때까지 충분히 달이세요.
이제 마지막 맛내기입니다.
6. 기쁨과 감사로 잘 젓고
미소를 몇 개 띠운 후
깨끗한 감사의 잔에 부어서
따뜻하게 나눠 마셔요.
감사·회향의 마음 ‘최고 맛’
결국 마음으로 만드는 차입니다.
그런데 차 재료준비가 의미심장합니다. ‘성냄과 불평은 뿌리를 잘라낸다’ 이 말은 곧 화내고 불평하는 마음이 있는 한 진정한 사랑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탐진치를 삼독에 비유하셨습니다. 차에 만일 독을 넣는다면 우리는 질색하며 절대 마시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탐내고 화내고 어리석은 독소는 방치하여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을 넣은 채 좋은 마음의 향기나 수행의 맛을 기대한다면 정말 어리석은 일임에도 불구하고요.
다음으로 ‘교만과 자존심은 속을 빼낸다’ 이것은 잘못된 아상, 즉 나에 집착하는 마음을 놓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짜증은 넓은 마음으로 절여낸다’ 우리에겐 인연 따라 오는 경계에 짜증을 내기보다 마음의 입력을 바꾸어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깨끗한 감사의 잔에’ 차를 부어야 합니다. 어떤 잔에 따르는가에 따라 차맛이 전혀 달라짐은 잘 알고 계실 거예요. 감사하게 회향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떤 사랑도 제 맛이 나질 않는답니다.
자, 이제 마음으로 맛있게 사랑차 한잔 만들어 드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