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가 긴 안개의 터널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학교 뿐 아니라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신정아 사건’의 출발점이 되어버린 이사회가 어물쩍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 학교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는 숨을 죽였고 학내 구성원들의 원성은 켜켜이 쌓였다. 이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교계의 목소리들이 높은 가운데 급기야 학생들도 ‘책임과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시점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오늘의 동국대 상황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하고 누가 새로운 비전을 내세울 것인가?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이 책임지고 그렇지 않은 인사들이 새로운 비전을 만든다는 ‘단순공식’은 이제 성립되지 않는다. 보다 근원적인데서 문제를 풀지 않으면 ‘땜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원은 어디인가? 종립대학의 근원은 종단이다. 조계종이다. 현재 종단과 동국대를 잇는 통로는 ‘종립학교관리위원회(종관위)’다. 그러나 알다시피 종관위는 지극히 정치적인 기구가 되고 말았다. 이것이 동국대 불행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지금 동국대를 ‘관리’하는 종단의 입장은 근원적인 데서부터 변해야 한다. 백년대계를 위해 선지식들이 일군 대학을 정치와 권력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설립이념을 구현하는데 전력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를 구성해 진정한 종립대학을 가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