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와 비불자를 구분하는 잣대는 무엇일까? 수계(受戒)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행하는 불자의 삶은 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 음주 등 다섯 가지를 경계하는 계율(五戒)을 기본으로 한다.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는 부처님의 ‘명령’인 계를 받고 그에 따른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재가 불자들이 받아 지니는 기본 계가 바로 5계다. 5계를 받은 사람은 불자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예비불자이거나 비불자다.
불자의 표상인 5계, 조계종은 아직 이 5계와 관련된 의례와 계목(戒目:계의 항목들)을 통일화 하지 못했다. 수계 법회의 절차와 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의 구분은 물론 계목의 문구도 각각이다. 특히 계목을 한문에서 한글로 번역하는 문제와 관련 표현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종교는 허례가 아닌 위엄 있는 의식을 통해 그 가르침의 본질을 더욱 값지게 하는 측면이 강하다. 수계법회는 성불이라는 궁극에 이르기 위해 경계해야 할 기본 사항들을 목숨처럼 지키겠다고 서약하는 의식인 만큼 매우 엄숙하고 정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찰마다 각각의 형태로 수계법회를 치른다거나 의식마다 차이가 나는 계목으로 지계의 삶을 다짐한다면 종교적 엄숙과 숭고함이 결여되는 것은 물론 수계자의 신심도 약해질 것이다.
최근 조계종 포교원이 ‘재가불자 수계법회 정립을 위한 워크숍’을 열고 일차적으로 계목의 통일을 위한 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반갑고 중요한 일이다. 이 워크숍을 통해 불자로서의 삶, 사부대중의 일원으로서의 근본을 견고하게 다지는 수계법회가 제대로 된 틀을 갖추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가 긴 안개의 터널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학교 뿐 아니라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신정아 사건’의 출발점이 되어버린 이사회가 어물쩍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 학교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는 숨을 죽였고 학내 구성원들의 원성은 켜켜이 쌓였다. 이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교계의 목소리들이 높은 가운데 급기야 학생들도 ‘책임과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시점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오늘의 동국대 상황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하고 누가 새로운 비전을 내세울 것인가?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이 책임지고 그렇지 않은 인사들이 새로운 비전을 만든다는 ‘단순공식’은 이제 성립되지 않는다. 보다 근원적인데서 문제를 풀지 않으면 ‘땜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원은 어디인가? 종립대학의 근원은 종단이다. 조계종이다. 현재 종단과 동국대를 잇는 통로는 ‘종립학교관리위원회(종관위)’다. 그러나 알다시피 종관위는 지극히 정치적인 기구가 되고 말았다. 이것이 동국대 불행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지금 동국대를 ‘관리’하는 종단의 입장은 근원적인 데서부터 변해야 한다. 백년대계를 위해 선지식들이 일군 대학을 정치와 권력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설립이념을 구현하는데 전력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를 구성해 진정한 종립대학을 가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