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부부
최근에 연예인 이혼 문제와 부부 스와핑 조직 적발 등으로 바람직한 부부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부부간의 성문제와 같은 사적 영역의 것을 사회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어려운 면이 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는 급증하는 이혼율로 인해 가족해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였다. 이혼율 세계 1위 기록을 세우며 증가하던 이혼율이 2003년을 정점으로 다소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통계가 발표되어 다행이긴 하지만 여전히 이혼율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혼율의 급격한 증가에 대한 사회적 파장을 우려한 보건복지부에서 2004년 건강가정기본법을 제정하고 각 지자체별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설치하여 가정문제에 정부가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이사업이 지금은 여성가족부로 이관되어 추진되고 있다.
이혼의 원인을 사례별로 살펴보면 성격차이, 배우자의 외도, 경제적 이유 등이 주된 사유가 되고 있으나, 사회적으로 보면 급격한 사회변화와 불안정한 고용환경, 퇴폐향락문화 등이 가정의 위기를 부추긴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가족에 대한 개념 자체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가정의 핵심은 부부다. 부부관계가 원만하고 좋으면 가정이 화목하고,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불안정하면 가정이 편안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해야 부부 사이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것인가? 그것은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신뢰는 성실성, 배려 등 일상에서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쌓아진다. 부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을 흔히 성격차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평상시에 의사소통이나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부족의 결과이다.
성인이 된 남녀가 함께 만났을 때는 ‘다르다’라고 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된다. 그러므로 이 다름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이 부부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지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갈 지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다름을 다룰 때에는 있는 그대로 보기가 중요하며 상호 이해와 존중 속에서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되 부족한 점은 배우고 보충하는 자세로 다루어야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다름을 통해 보다 성숙하고 완성된 인격을 쌓아가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다름에 대해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교정하려고 할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불교 수행의 출발은 있는 그대로 보기에 있다. 사성제의 고성제는 우리 인간의 고통이 무엇인지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다면 누구를 탓하기 전에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가지고 대화를 함으로써 서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실마리는 풀린다고 본다.
부처님께서 재가자에게 말씀하신 오계를 보면 그 가운데 불사음(不邪淫)이 있다. 아무리 돈독한 부부관계라도 이 불사음의 계가 깨지면 오랫동안 쌓인 신뢰가 일순간에 무너질 수가 있고,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러므로 부부 사이에서 자신의 배우자에게만 충실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순간적인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행복한 가정을 깨뜨리는 일이 없도록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
불교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 중의 하나가 ‘인연’이라는 말이다. 이 세상의 수많은 남성과 여성 가운데 왜 하필이면 지금 이 사람과 만나서 혼인을 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깊은 인연이 있어서 우리가 부부의 연을 맺은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인연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서로 불법을 닦고 인격을 완성해 가는데 좋은 도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정을 일군 재가불자의 바람직한 부부관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