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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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군에서 만난 관세음보살
“키 작아도 총검술 잘 할 수 있다”

“남자인데 키가 작아 고민이 많았어요. 열등감도 많고, 자신도 없었고요. 그런데 군에 가서 만난 사람이 제 인생을 바꾸어 주었어요.”
P씨는 어렸을 때부터 키가 작아 손해를 많이 보고 산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넌 몇 살이니? 아니 고등학생인데 그렇게 작아?”라고 할 때가 제일 싫었다. 전철에서 손잡이는 간신히 잡을 수 있었고 남학생들이 잘 하는 운동, 특히 농구에 끼이지 못했다. 옷이나 신발을 살 때 맞는 사이즈가 없어 아동 코너에 가야했던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스무살이 넘자 고민은 여학생이었다.
웬만한 여자들보다 작은 키이기 때문에 어느 여자가 나를 좋아하겠나 싶어 자꾸 위축되다 보니 여자친구 하나 사귀어보지 못했다.
군에 입대할 때는 정말 끔찍했다. 운동도 못하는데다가 작은 키로 남들 따라 훈련받을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아니, 평균 키 이하는 군 면제 좀 해 주면 안 되나?’ 한숨을 쉬며 들어갔다. 쩔쩔매며 고생의 연속이었다. 키 큰 사람 한 걸음에 P씨는 두 걸음을 뛰어야 따라갈 수 있었다.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하고 원망과 분노에 좌절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총검술시간이 되었다. 교관 옆에 훈련 조교가 나왔는데 교관의 어깨 쯤 밖에 되지 않게 작은 것이 아닌가. P씨와 비슷하게 작은 키였다. 저렇게 작은 사람도 가르치는 조교를 맡나 해서 의아했다. P씨는 시키는 대로 하려 했지만 총이 너무 크고 무겁게 느껴졌다. 앞으로 들어 올리자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았다. 잘 안 되어서 쩔쩔맸다.
그런데 그 조교는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당당하고 큰 목소리로 호령하며 총검술을 기가 막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작은 키로 이 무거운 총을 어떻게 저렇게 잘 다루나 하여 놀라왔다. 자기보다 훨씬 큰 군인들을 가르치는 태도에서 어떤 위축감도 볼 수 없었다. 조교 때문에 놀란 마음에도 불구하고 P씨는 힘들어서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가 다가와서 “잘 할 수 있잖아! 왜 그 모양이야!”하고 소리치는 게 아닌가. 세상에 나보고 잘할 것 같다니.
휴식 시간에 그가 일부러 찾아왔다. 조용히 부르더니 “넌 꼭 예전 내 모습이다. 정신 차려”하면서 자기 얘기를 해 주었다. 그도 작은 키 때문에 힘들었는데 군에 올 때 오기가 났다고 한다. 키는 모자라지만 내 정신력은 절대 누구보다 작지 않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길고 무거운 총 때문에 총검술이 가장 힘들었다.
고민 끝에 따로 자발적으로 쉬는 시간에도 혼자 연습을 했다. 주말에도 틈이 되면 조교에게 부탁했다. 남들이 이상하다고 하건 말건 개의치 않았다. 매일 죽기 살기로 연습하자 점점 익숙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남보다 훨씬 잘 하게 되었다. 가르치는 조교로까지 뽑히게 된 것이다. 주위에선 놀라서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바짝 얼어서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P씨는 눈물이 나왔다.
그도 마음을 바꾸어 보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 키가 작다고 내 마음까지, 의지까지 작은 건 아니다.’ 특히 총검술 시간에는 죽을힘을 다했다. 따로 연습도 하게 되었다. 조교가 가끔 옆에 와서 용기를 심어 주곤 했다.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총을 들어 올리는데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마치 손과 하나가 된 것 같았다.
“그 경험을 시작으로 군 생활을 포상까지 받아가며 무사히 마쳤어요. 그 후로 자신감이 생겼고 당당해지니 직장에서 별명이 ‘작은 거인’이 되었지 뭡니까. 사랑하는 여성도 생기게 되더군요. 그래 결혼도 잘 했고요. 중학생 아들은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자랑하고 있어요.” 키가 작다는 사실에 대해서 P씨는 마음의 입력을 완전히 바꾸었고 그에 따라 그의 인생도 새롭게 변화한 것이다. 그에게 용기를 주었던 그 조교야말로 P씨에게 나투신 관세음보살이 아닐까 싶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8-03-02 오후 4: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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