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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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 스님(1)
시자, 몸이 아프십니까, 마음이 아프십니까
혜암,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다
시자, 그러면 어디가 아프십니까
혜암, 아야! 아야!

덕숭총림 수덕사 초대방장을 지낸 혜암(惠菴, 1886~1985) 스님이 편찮으실 때의 일화다.
시자 나월(蘿月)이 스님께 여쭈었다.
“스님, 몸이 아프십니까? 마음이 아프십니까?”
“몸도 아프지 않고, 마음도 아프지 않다.”
“그러면, 어디가 아픕니까?”
스님께서는 “아야! 아야!” 하셨다.
1911년 해담 스님으로부터 구족계를 받은 혜암 스님(사진)은 1913년 성월 선사 밑에서 선(禪)을 공부하고 화두를 간택받았다. 그 뒤 만공ㆍ혜월ㆍ용성 선사를 차례로 모시고 6년 동안 용맹정진하여 도를 깨닫고 오도송을 지었다.
“어묵동정 한마디 글귀를 누가 감히 손댈 것인가. 내게 동정(動靜)을 여의고 한마디 이르라면, 곧 깨진 그릇은 서로 맞추지 못한다고 하리라(語默動靜句 箇中誰敢着 問我動靜離 卽破器相從).”
그 뒤 묘향산 상원사 주지와 정선 정암사 주지를 역임한 스님은 1929년 만공 선사로부터 인가를 받고, “구름과 산은 다름없으나 또한 큰 가풍도 없다. 글자 없는 도장을 그대 혜암에게 주노라”는 전법게를 받았다. 스님은 그 뒤 제방선원에서 보임(保任)하는 한편, 수좌들을 지도하다가 1956년 수덕사 조실로 추대되어 덕숭산에 머무르면서 30년 동안 후학들을 지도하였다. 또, 1984년에는 100세의 나이로 덕숭총림 초대 방장(方丈)으로 추대되었다.
1985년 삼월 삼짇날 세수 101세, 법랍 89세로 입적한 스님은 열반을 앞두고 마지막 가르침을 묻는 제자들에게 “무상 무공 무비공(無相無空無非空).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대답으로 임종게를 대신했다. 즉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하여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無相), 그렇다고 허망한 것도 아니고(無空) 허망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無非空)’는 자기 확신의 유언이라고 볼 수 있다.
혜암 스님이 말년에 고령으로 몸이 불편할 때 펼쳐진 위 선문답에서, 나월 시자는 ‘몸은 아프지 않고 마음이 아플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스승께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대답은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다’는 것. 본래의 청정자성(淸淨自性)은 육근(六根)ㆍ육경(六境)ㆍ육식(六識)으로 이뤄진 몸과 마음으로부터 벗어난 것이기에 아프고 싶어도 아플 수 없다는 법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가 아픈 것일까? “아야! 아야!” 하고 육신은 소리를 내지만, 본래면목은 아픈 적이 없다. 그렇다고 아픈 몸과 마음이 본래면목과 둘이라고 여겨서도 안 된다. 한 물건도 없는 ‘옛 거울(古鏡)’에 비친 그림자가 형상 없는 거울과 ‘둘도 아니요 하나도 아니기(不二不一)’ 때문이다. 혜암 스님은 “아야! 아야!” 하면서도 병고로부터 자유로운 신심탈락(身心脫落)의 경지를 온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일본 조동종의 개조인 도원(道元) 선사가 “몸과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곧 좌선이다. 좌선함으로써 오욕(五欲)을 떠나고 오온(五蘊)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한 법문이 바로 이것이다. 김성우 객원기자
2008-03-02 오후 4: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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