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상호 비방과 합법적이지 않은 수단을 사용 않을 것,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 마곡사 차기 주지 선거에 출마한 양산, 법용, 무일, 원혜 스님이 이 3가지를 서약했다. 구두 서약이 아니라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10월 24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앞에서다. 공정선거 투명선거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다.
마곡사 주지 선거는 이미 그 타락상이 전국에 알려져 버렸다. 거기다 주지스님이 비리로 구속되는 바람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깨끗한 선거 잡음 없는 선거는 종단의 위신과도 직결되어 있다. 입후보한 스님 네 분이 이의 없이 공정선거 서약을 했고 총무원장스님의 각별한 부탁도 있었다니, 마곡사의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의 장점과 효율성을 유감없이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사실 마곡사 뿐 아니라 많은 교구본사가 선거 때문에 위계가 깨지고 분열이 조장된다는 우려를 해 왔다. 오죽하면 “선거 때문에 종단 망한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래서 일부에선 선거제도를 철폐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또 다른 쪽에서는 특별한 대안이 없으니 선거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틀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느 사회나 악법은 존재한다. 문제는 악법이 원래 악법인 경우보다는 사람들이 운영을 잘 못하여 악법으로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조계종의 선거제도도 그런 측면이 있다. 공공연하게 금품을 살포하고 상대방을 비방하고 정치수를 쓰는 것이 관례로 인식되는 수준까지 왔다. 그러는 가운데 종단은 여기저기서 멍이 들기 시작했고 이제 치료시기를 놓치기 전에 강한 처방을 하자는 분위기다. 이달 31일 치러지는 마곡사 선거는 조계종의 선거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측면에서 주목되는 바가 상당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