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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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서강대학교 법학부 교수)
로스쿨의 ‘용량’과 ‘취지’
로스쿨은 좋은 변호사를 양성하겠다는 교육기관이다. 단순히 생각한다면 한나라의 황제가 된 유방에게 한신이 말한 병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의 일화에서 보듯이 좋은 변호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듯한데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의 선조들이 경험한 조선시대의 과거에 급제하는 것은 지금의 변호사보다 좋았을 것이다. 약 70만자인 사서삼경을 열심히 암기하면 과거에 급제할 수 있었고, 급제하면 대략 3족이 흥한다고들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급제한 사람은 늘어나지만 한편으로 농업이 기본인 조선시대에는 공직이 많지 않고, 적은 공직을 둘러싼 자리싸움이 벌어져 결국 당파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면 과거급제자 수를 줄이거나, 아니면 공직을 늘리는 것이다.
과거제도가 사라진 지금, 변호사가 되면 무슨 좋은 일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가 되려고 하는 것일까. 변호사는 법의 전문가로서 법을 어떻게 만들면 유리한지 잘 안다는 점도 물론 상식적으로 추측할 수 있다. 변호사가 되면 좋은 것은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인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되면 좋은 것, 첫 번째는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재판의 대리는 원칙적으로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 변호사가 아닌 자가 재판의 대리를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고 변호사법에 의해 범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이것만을 법에 규정한다면 변호사가 아닌 자에게 우회적으로 소송을 부탁하는 신탁을 생각할 수 있지만, 제정되고 거의 이용되고 있지 않은 신탁법은 이 점에 대해서도 어김없이 소송을 위한 신탁은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재판에서 대리인이 되려면 변호사자격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변호사라는 국가자격이 필요한 이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변호사자격이 있어야 될 수 있는 공직이 있다. 누구나 잘 아는 판사와 검사이다. 판사와 검사는 법과 관련된 중요한 일을 하니까 이러한 부분도 의사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고위 공직 중에는 변호사만이 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최고의 공직인 대통령은 변호사가 아니라도 선거에 당선되면 될 수 있다. 대통령 다음의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도 변호사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과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9명은 반드시 변호사자격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 버금가는 현직(顯職)인 대법관과 재판관 도합 22명은 대략 1만명 정도인 변호사자격자만이 차지할 수 있다. 그 밖에도 꼭 변호사일 필요는 없지만 변호사를 우대하는 법률은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데 국민은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사법연수원 수료에 필요한 지원을 한다. 판사와 검사에게는 공직을 수행한다고 지원을 하고 변호사에게는 분쟁을 처리해준다고 대개 보험도 없이 수임료를 준다. 여기에 중요한 공직까지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결국 변호사가 좋은 자리인 이유는 국민이 도와주기 때문이다.
로스쿨의 취지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변호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물론 로스쿨에 입학하는 모두가 좋은 변호사가 될 수는 없다. 기회를 주되 좋은 변호사인지 아닌지 로스쿨과 새로운 사법시험에서 고를 수밖에 없다. 좋은 변호사가 많을수록 좋다는 점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면 사회에 배출되는 좋은 변호사를 처음부터 줄이려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좋은 변호사를 몇 명 정도 만들지는 우선 교육기관인 로스쿨의 손에 달려 있다. 적절한 수의 좋은 변호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로스쿨에서는 그만큼 교육하고 교육받을 기회를 부여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좋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알게 된 학생은 아쉽지만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로스쿨의 교육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로스쿨이 자신의 능력에 맞게 어떻게 하면 좋은 변호사를 길러낼 수 있을지가 문제되지 좋은 변호사를 많이 길러내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해하기 힘들다. 좋은 인재는 길러내면 낼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2008-03-02 오후 3: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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