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뿌리고 먼지 날려도 숨길 데 없네 播土揚塵沒處藏
면전 출입이 너무 요란하군
面門出入太郞當
똥 누고 오줌 싸는 것도 부질없는 일 撒屎撒尿渾閑事
넓고 넓어 누가 악취와 향기를 분별하랴 浩浩誰分臭與香
- 보령용(<선문염송>617칙 ‘무위’)
‘지위 없는 참사람’은 서옹 선사의 무위진인(無位眞人)의 번역인 동시에 일차적인 의미의 새김이다. 임제의 설법은 모두 무위진인, 오직 일구의 갈파에 있다.
‘도류들이여! 불법은 힘을 써서 조작할 것이 없다. 다만 평상시처럼 하릴없이 똥 누고 오줌 싸고 옷 입고 밥 먹고 피곤하면 누워 잘 뿐이다. 어리석은 자는 알지 못하고 비웃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잘 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밖을 향하여 힘쓰는 공부는 모두 어리석은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라고 했다. 그대들이 어느 곳에서든지 주인공이 되면 그 서 있는 곳은 모두 진실하여 어떠한 경계에 부딪쳐도 이끌리지 않는다.’
(서옹연의 <임제록> 임제선원간. 1974.)
위의 <임제록> 법문은 분명 임제 스스로 참지 못하고 무위진인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말씀이다.
스스로 ‘어느 곳에서나 주인공이 되면 선 곳마다 모두 참이다(隨處作主 立處皆眞).’ 이것은 깨달음이 아니고 이것은 진리가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말을 넘은 말이다. 이 말씀은 ‘무위진인’의 구체적인 형상화다.
앞 게송 1행에서 보령용은 “흙 뿌리고 먼지 날려도 숨길 데 없네(播土揚塵沒處藏)/면전 출입이 너무 요란하군(面門出入太郞當)”으로 표현되어진다.
요란하고 요란하여 늘 발가숭이가 맨발로 쉴 사이 없이 드나드니, 4행에서 ‘넓고 넓어서 하늘과 땅이 뒤섞여 있고, 맑고 투명한 공기와 오줌 똥 냄새가 뒤섞여 마치 평시와 다름이 없이 아무렇지 않게 뒤섞여 있으니, 무엇을 시(是)라 하고 무엇을 비(非)라 하리오. 진실로 3행에서 읊듯이 “똥 누고 오줌 싸는 것도 부질없는 일(撒屎撒尿渾閑事)”임이 틀림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 <염송> 617칙을 읽어보자.
임제가 시중했다.
“하나의 지위 없는 참사람(無爲眞人)이 있어서 항상 여러분들의 얼굴의 문인 입으로 드나든다. 증거를 잡지 못한 이는 살펴보라.”
이에 어떤 중이 나서서 물었다.
“어떤 것이 ‘지위 없는 참사람’ 입니까?”
임제가 선상에서 내려와 그의 멱살을 쥐고 말했다.
“말하라. 말하라.”
그 중이 망설이거늘 선사가 풀어놓으면서 말했다.
“지위 없는 참사람이 무엇이냐? 마른 똥 막대기다(無位眞人 是什 乾屎 ).”
청동각은 뒷날 이 이야기를 듣고 아래의 시로 노래했다.
미혹과 깨침이 서로 반대되어 迷悟相返
묘하게 전하되 간략하다 妙傳而簡
봄이 백 가지 꽃을 터뜨리니 한바탕 불고 春 白花兮 一吹
힘이 아홉 해를 돌릴 수 있으니 한 번 끈다
力回九年兮 一挽
진흙과 모래더미를 無奈泥沙
헤쳐도 열리지 않아서 撥不開
분명히 감천의 구멍을 막고 있다가 分明塞斷甘泉眼
홀연히 뚫리니 사방으로 넘쳐흐른다 험! 忽然突出肆橫流 險
-청동각
※설봉의 착어 : “임제는 흡사 날도적과 같
다(林際大似白拈賊).”
※월조의 착어 : 자기가 바로 무위진인이
다 자기와 딱 포개어지는 것
위의 게송 어느 행에서나 없는 그것을 노래한다. 그게 그것이어서 위 게송에서 청동은 입을 모아 한 말로 표현한다. 무위진인은 이렇게 간단명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