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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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행동주의와 불교-1
상담심리학의 여러 이론을 열거할 때 역사적 발생 순서를 따르는 경우도 있고, 치료적 깊이에 따라 배열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는 기본적으로 심리학의 제1세력인 정신분석, 제2세력인 행동주의, 제3세력인 인간중심접근을 논하고, 최근에는 제4세력을 자처하는 자아초월심리학을 추가하기도 한다. 인지치료도 큰 역할을 하고 있으나 행동주의와 유사하거나 둘이 공유하는 이론과 기법이 많아 인지-행동주의로 묶어서 다루는 경우가 많다.
치료적 깊이로 보았을 때는 표층에 드러난 심리에서부터 내면 깊숙이 들어 있는 심층심리로 접근해가는 심도를 기준으로 순서를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행동주의→인지치료→인간중심→정신분석의 순이다. 행동주의는 겉으로 드러난 인간의 행동을 대상으로 삼고, 인지치료는 생각을 주로 다루며, 인간중심은 정서를 중히 여기고, 정신분석은 무의식을 파고들어가기 때문이다. 상담심리학을 공부할 때 위와 같은 순서대로 배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행동주의는 인간의 표층, 즉 겉으로 드러난 부분을 다루는 학문이며 기법이다. 행동주의는 본래 무의식을 강조하는 정신분석에 반발하여 일어난 세력이다. 정신분석이 성격의 구조나 발달, 성격의 역동성, 무의식의 역할을 강조한 반면, 행동주의는 겉으로 드러난 구체적인 현재의 행동을 강조한다. 또한 심리학은 철저히 과학적이어야 하고, 과학은 관찰이 가능해야 하므로 무의식과 같이 모호한 영역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자는 게 기본 생각이다. 즉 인간의 행동 과정이 ‘자극(stimulus)→■(블랙박스)→반응(response)’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할 때 겉으로 드러난 자극과 반응은 연구 대상이지만, 인간의 내면에서 자극이 어떻게 처리되고 어떤 과정을 겪어서 반응이 나타나는가에 대해서는 ‘블랙박스(black box)’라 하여 아예 거론하지 않는 것이다. 행동주의의 발생 초기에는 이러한 개념이 매우 강력해, 초기의 인간관을 ‘기계론적이고 결정론적’이라고 한다. 초기 인간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은 좋지도(good) 나쁘지도(bad) 않은 상태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인간은 환경의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유기체다. △인간의 행동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인간의 행동은 학습된 부정적 혹은 긍정적 습관으로 구성된다. △인간의 행동은 생활환경이 제공하는 강화의 형태와 그 빈도에 의해 결정된다.
후기에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선택을 강조하는 경향이 생겨 인간관도 상당히 바뀌었다.
△인간의 행동은 부분적으로나마 환경을 창조할 수 있고 환경도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은 자기 조절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환경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는 인간은 자기를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행동주의는 인간에서부터 출발하여 인간의 의지로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깨달음을 이룰 것을 목적으로 삼는 불교와는 매우 상반돼 보인다. 기본적 전제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만, 행동주의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불교와 만나는 지점이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
2008-03-02 오후 3: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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