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교화 과정에서 정신분석적 접근을 한 사례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정신분석은 피분석자의 과거 경험에 관심을 두고, 불교는 현재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정신분석과 불교의 입장을 대별해 주는 것이 유명한 ‘독화살 비유’다.
<중아함경> 제60권 221. <전유경(箭喩經)>의 내용이다.
어느 날 마라가구 존자가 혼자 생각하였다.
‘이 세상은 영원한가, 영원하지 않은가? 세상은 끝이 있는가, 끝이 없는가?’
그러나 그동안 부처님께서는 이런 소견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해준 바 없었다. 이런 것들이 너무도 궁금해진 존자는 결국 ‘부처님이 이에 대해 분명히 말씀해 주지 않으시면 부처님을 떠나겠다’고 결심한다.
존자가 부처님 앞에 나아가 이에 관해서 묻자 부처님은 독화살 비유를 들었다.
“어떤 사람이 몸에 독화살을 맞았다. 사람들이 그를 가엾이 여겨 독화살을 뽑으려 하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아직 화살을 뽑지 말라. 나는 먼저 화살을 쏜 사람의 성과 이름과 신분, 그리고 키가 큰지 작은지, 살결이 거친지 고운지, 얼굴빛이 흰지 검은지 알아보아야겠다.’독화살 맞은 이는 계속해서 ‘활을 뽕나무로 만들었는지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는지, 활줄이 힘줄로 되었는지 실로 되었는지, 화살 깃이 매털로 되었는지 독수리털로 되었는지.’ 알아보아야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부처님은 “결국 그 사람은 궁금해 하는 것을 다 알기도 전에 목숨을 마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유경>에서 부처님은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한 경계(警戒)로서 독화살 맞은 사람의 비유를 들었지만, 독화살 맞은 사람이 화살이 꽂힌 채 갖는 온갖 의문은 마치 정신분석에서 분석가가 환자의 무의식 속에 파묻힌 과거력을 캐내기 위해 애쓰는 장면과 흡사하다.
정신분석에서는 환자의 현재 증상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 과거에 매달린다. 반면에 불교에서는 이미 흘러간 개인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전유경>에서 강조하셨듯이 “지혜로 나아가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며 열반으로 나아가기 위해” 현재 열심히 수행 정진한다.
하지만 정신분석에서 과거를 캐는 이유는 그 과거가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도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와 연결된 과거’이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에서 과거에 관심을 두는 이유를 부처님의 독화살 비유에 대입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우선은 그 사람이 맞은 독화살의 촉이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끝이 뾰족한지 갈고리처럼 생겼는지 알아야 살을 째고 빼낼 것인지 그냥 빼낼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또한 독화살이 살에만 꽂혔는지, 뼈에까지 박혔는지, 아니면 심장까지 뚫었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적절한 후속 조치를 할 것이다. 빼낸 연후에도 독의 종류가 무엇인지 밝혀내야 그에 알맞은 해독제를 처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환자의 과거 경험에 현재의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재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