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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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 -임동확| 실천문학사,2005| 7천원
불교적 상상력으로 길어 올린 ‘희망’
임동확은 1959년 광주에서 태어나 1987년 시집 <매장시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본 시집은 그의 6번째 시집이다. 그의 시집을 읽어가다 보면 그가 “노안천주교에서 견진성사를 받던 중학교 일학년”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미 청소년기부터 천주교에 인연을 맺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여러 편의 시에서 불교적 제재를 취하거나 불교적 상상력을 가동시킨다.

목 없는 석불도 그 나름의 석불이어서
그 반대도 역시 그 나름의 한세상일 따름이어서

어떤 확신에 찬 신념의 쇠망치가
광기의 톱날이, 도대체 회의할 줄 모르는
또 다른 광신의 비밀결사가
불두를 집단적으로 도륙했을지라도,

다 옳다, 흠도 손댈 것 없다
경주 남산에 무더기로 목 없이 서 있는
석불도 석불은 석불이다 (하략)
- ‘온몸을 들어올려’ 부분

화자에게는 목 없는 석불도 석불이고 목 있는 석불도 석불이다. 그러니 가시적인 것은 본질이 아니며, 더 나아가 불상을 파괴하는 행위도 진심이라면 그것이 불심이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부처의 형상을 파괴하려고 하거나 파괴된 것조차 부처이며 석불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형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이다.
그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며’에서 “끝끝내 무너지지 않는 사랑의 구층탑이 솟구쳐 오른다”며 “공허의 사막 속에서도” 폐허 이전의 너머를 꿈꾼다. 그는 ‘탑’에서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 대한 소회를 시로 표현하기도 한다.
시에서 화자는 그 석탑을 “막무가내 기울거나 무너져간 채 당당한 서탑이여/그러니 그나마 온전하게 꿈의 기단을 유지하길”하며 발원한다. 그러면서 “망각의 폐사지에도 고루 저녁노을이 깃들길!” 기원한다.
시 ‘용광로’에서는 백양사의 체험을 시화하고 있다. 화자는 백양사 진입로에 버려진 썩어가는 굴참나무 고목을 순환하는 식도로 표현하고 있다.
그 고목은 온갖 갑충류의 알이 슬어 있고 애벌레에게 파 먹히고 있고, 불개미를 불러 모은다. 이런 것들에게 고목이 속살을 내맡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화자는 한 번 더 “어처구니없는” 비약적 상상을 한다. 연못의 버들치는 한때 장구벌레였으며, 장구벌레는 진드기였다는 것이다.
화자는 “모든 것은 끝없는 나타남과 사라짐의 축제/빛나지도, 끊기지도, 나아지지도 않는 순간들의 유희”라고 한 뒤 백양사 “조실 서옹 큰스님의 설법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굴참나무를 “파먹은 애벌레를 먹고/굴뚝새가 또 다른 굴참나무에 둥지를 틀어 알을 낳으니/굴참나무가 자신도 모르게 굴뚝새의 예쁜 몸을 탄생시킨 셈”이라고 윤회의 원리를 피력한다.
그래서 “쓰러져 있는 굴참나무는 어린 굴뚝새의 어미”인 것이다.
그는 전남 강진군 무위사 벽화 가운데 하나인 수월관음도를 다음과 같이 형상화 하고 있다. 이 벽화의 관음상에는 눈동자가 그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오, 미완성이기에 아름답거나 더욱 그리운 날들이여

길동무 하나 없이 컴컴한 내장 속 같은 밤길
걸어가는 장님처럼 제 지팡이 소리에 귀 기울이자
차라리 눈 감은 채 독충 우글거리는 밤의 사막을 지나가자
- ‘수월관음도’ 부분
2008-03-01 오후 5: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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