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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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허공을 붙잡은 천황
되기는 되었으나 점검해 보지만
得卽得 點檢將來
그 노장 생전에 알랑알랑 속이고
這漢 生前滿滿頂頂
죽은 뒤에 갈팡질팡 한다
死後奔奔鹵鹵
만약 코끝이 하늘 찌르기를 원하면
若要鼻孔 天
질뚝배기 대젓가락과
瓦椀竹筋
남은 밥 쉰 국, 한 쪽에 밀치고
殘羹 飯
뜨거운 화로가, 호떡을
熱爐 餠
원하거든 곧 청해야 한다
要請便請
알겠는가? 還會
사람은 포기도 뿌리도 없지만
人無根株
밥으로써 생명을 삼는다.
以食爲命 -보녕수
위의 선시들은 천황 도오(天皇道悟, 748~807)가 임종시에 우리에게 보인 활구법문에 대한 후세인의 염이다. 죽음에 임한 사람이 이렇게 자유자재하게 자기의 삶을 마감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앞선다.
우리는 간혹 선사들의 이러한 기록을 보면서 그 웅장한 생의 운행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천황 역시 그렇다.
한 평생 쾌활을 외치든 천황조실이 병이 중하게 되어 임종을 맞게 되었다.
“괴롭구나, 괴로워. 원주야 술을 가져와 좀 먹여다오. 고기를 가져와 나에게 먹여라. 염라대왕이 잡으러 온다. 어이할꼬.”(院主 把酒來與我喫 將肉來與我喫 閻老子 來取我也)
하였다. 원주가 곁에 와서 물었다.
“큰스님께서는 평소에 쾌활 쾌활하시더니 지금의 왜 괴롭다를 연발 하십니까?”
“원주야, 말해봐라. 그 때가 옳은가, 지금이 옳은가?”(且道 當時是 如今是)
원주가 대답을 못하자, 퇴침을 밀어내고는 숨을 거두었다.(<선문염송> 351칙 ‘快活’)
천황, 그는 스승이었다. 그에게는 저승과 이승의 벽이 허물어졌고, 그의 가르침은 우주운용의 하나일 뿐, 철저히 미친 사람이다. 저승의 강을 무엇이 이렇게 당당히 건네게 하는가?
이제 보녕수(保寧秀)의 염을 살펴보기로 하자.
‘다들 깨달은 이’라고 모시는 조실스님이니, 그의 일생을 조명하여 보면, 생전에 그저 덜렁덜렁 적당히 지내고 죽음에 이르러는 허겁지겁 천방지축으로 헤매다’가 3행까지 내용이고, 4행에서 8행까지 내용은 ‘깨달음의 바른 소식을 꼭 보고자 원하면, 다른 것이 아니다. 일상사와 평상심을 벗어나지 않으니, 산사의 일상사와 살림살이를 알고자 하는가? 요긴한 것은 ‘질뚝배기 대젓가락과/남은 밥 쉰 국’ 그리고 ‘뜨거운 화로와 호떡/필요로 하면 곧 청하라’ 이것을 빼면 무엇 하나 더 필요치 않다.’
착어 : ‘사람은 근본적으로 알 수 없지만, 단지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단 것은 꼭지까지 달고
甘勘徹底甘
쓴 것은 뿌리까지 쓰다
苦苦連根苦
퇴침을 밀어낼 때
拈起枕頭時
신라에서는 삼경을 친다
新羅夜打鼓 -원조

앞 <염송> 351칙 ‘쾌활(快活)’에 대해 후대 선객의 게송 하나를 더 읽어보자.
1행과 2행은 “단 것은 꼭지까지 달고/쓴 것은 뿌리까지 쓰다”는 자성본원에 영회한 무사한인은 ‘철저히 한 통속이어서 안과 밖이 없어 내외명철(內外明徹)하고, 삶과 죽음이 같으며 늘 자발광하여 상적상조(常寂常照)하다’라고 한 다른 표현이다.
4행과 5행 “퇴침을 밀어낼 때/신라에서는 삼경을 친다”의 풀이는 ‘지금 천황이 열반당의 정문을 밀치고 있는데, 먼 먼 신라에서 응답의 종을 친다’로 해두자.
2008-03-01 오후 5: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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