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정범 스님이 홀로 동국대 교정에 섰다. 학교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석가모니 부처님 앞이다. 이유는 동국대에서 촉발된 신정아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불교계와 동국대의 위신이 추락할 대로 추락하는데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는 현실이 너무 부끄럽고 죄스러워서다.
시나브로 졸업과 입학시즌이 다가오는데, 동국대 졸업생들이 세상에 나가 이력서라도 내려면 학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회복되어야 할 것이고 우수한 인재들이 원서를 들고 몰려오려면 보다 건강하게 거듭난 학교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책임론은 무성한데 책임을 질 사람은 없고 성명서와 비판은 날카롭지만 수용할 주체의 자세는 두루뭉수리 그 자체다. 때문에 인과의 법칙도 상실된 느낌이라는 한탄마저 나오고 있다.
언론은 언론대로 동국대는 물론 불교계를 온갖 의혹의 온상인 것처럼 안개 같은 보도를 연발하고 있다. 불교의 위기론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권력지향적인 측면이 지나치게 드러난 종단 지도자들의 성향과 포교에 대한 정책부재, 종립대학에 대한 관리의 허점 등이 총체적으로 비판대에 올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지난 일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미증유의 화살을 맞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화살의 비유’가 잘 말해주고 있다. 다음 화살을 맞지 않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다. 정범 스님처럼 개인적인 참회도 좋고 각 종무기관의 쇄신 의지도 좋고 봉암사에서 열릴 대규모 참회정진도 좋다. 다만, 그러한 행동이 반드시 두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로 접목되어야 한다. 방일하지 말라. 지금불교계 내부의 ‘부도덕’과 ‘비불교적 사고’에서 시위가 당겨진 두 번째 화살이 우리들의 심장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