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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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누구나 귀한 ‘부모의 자녀’
내 자식만 잘되길 바라는 욕심 버리니…

“엄마, 저 떨어졌어요.”
딸이 지원한 대학에 불합격했다는 말을 들은 L씨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딸은 재수하겠다고 했다. L씨는 그 날부터 사시 불공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날마다 기도하는 가장 큰 목적은 물론 딸이 이번에는 꼭 합격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공부에 시달리는 딸을 보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프고 애처로웠다. 떨어지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신나게 학교 다닐 텐데…하고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왔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의 법문이 가슴을 울렸다. “자녀들 때문에 여러 가지로 마음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지어놓은 인연이니 정성껏 기도하시고 참선하셔서 마음으로부터 잘 해결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자신은 아무 일 없다고 자만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주위의 다른 사람들 마음을 헤아리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입니까. 내 자녀만 내 자녀가 아니라 모두가 다 내 자녀와 같은 것입니다. 내가 어려워 보지 않은 사람은 남의 마음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두가 다 잘되기 바라는 마음이 바로 부처님의 마음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자녀들을 위해서도 함께 좋은 마음 내어 주시고 잘 되기 바라신다면, 그것이 다 내 가족에게도 옵니다.”
L씨는 법문을 들으면서 갑자기 자신의 지난 일이 떠올랐다. 과거를 돌아보니 딸이 공부를 잘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식이 공부 못하고 속 썩이는 사람들 이야기를 그냥 무심히 들었었다. 한 번도 그 사람들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진심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 가족이 괜찮으니 남들 이야기가 상관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내 딸이 대학에 못 가게 되자 자녀들을 대학에 쉽게 보낸 사람들이 남 속을 몰라준다고 원망하는 마음이 들게 되었다. 서로가 남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주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로의 아픈 마음을 알아준다면, 함께 기도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L씨는 기도를 바꾸기로 했다. 그 전까지는 당연히 “우리 딸만은 이번에 꼭 돼야 합니다” 였다. 그러나 “모든 입시 공부하는 아이들이 잘 되기 바랍니다”로 바꾸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바꾸기가 불안했다. 다른 애들이 더 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그러나 분명히 모든 아이들 안에 내 딸도 포함되어 있다. 부처님은 모든 아이들의 부모라는 말씀을 명심했다. 무조건 부처님 마음을 따라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입시 공부하는 아이들이 다 최선을 다하여 좋은 결과 얻기를 바랍니다. 모두 잘 되기 바랍니다”라고 간절히 기도드리게 되었다.
L씨는 그렇게 기도한 후부터 어쩐지 딸에 대한 걱정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까지 함께 위하는 마음을 내면서 점점 마음이 안정되어졌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따듯한 말을 해주는 등 왠지 정다워졌다. 얼마 전부터는 딸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하고 든든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엄마가 내 기도 열심히 해 주셔서 그런가 봐요?”
L씨는 오늘도 법당으로 갔다. 건강하게 공부해주는 딸을 생각하고 수없이 감사의 절을 올렸다. 다른 모든 내 자녀들을 위해서도 함께 절을 올렸다. 가슴 속에 뜨거운 응어리가 녹는 것 같고 눈물이 흘러 나왔다.
“수없는 생을 거쳐 오는 동안 일체가 내 부모 내 자식 아님이 없다”고 하셨다.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L씨처럼 ‘내 딸만, 내 자녀만’ 잘되기 바라는 욕심에서 “모든 아이들”을 위하는 관세음보살, 부처님의 마음으로 변화하는 것이 참된 행복과 화합의 길이다. 우리 모두는 부처님의 자녀, 불자(佛子)이기 때문이다.
2008-03-01 오후 12: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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