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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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표주박 하나 누더기 한 벌로
삶이란 드넓은 하늘에 구름 한 조각 이는 것이요 죽음은 구름 한 조각 흩어지는 것이니 우리네 인생은 저 하늘에 떠도는 구름과 같다. 인연 따라 이 세상에 잠시 들렸지만 홀연 그 인연이 흩어지면 이 세상을 떠나야 하니 아끼고 아끼던 이 몸을 여윈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의 욕망을 떨쳐 버리고 아무 것도 가진 바 없이 산중에 들어와 낡은 누더기를 몸에 걸치고 고요히 홀로 선정을 닦는 수행자를 우리는 운수납자(雲水衲子) 또는 청풍납자(淸風衲子)라고 부른다. 바람 따라 흰 구름이 떠다니듯, 푸른 산 굽이굽이 맑은 물결 흘러가듯 욕망을 벗어난 수행자의 모습은 자유롭고 걸림이 없다. <선가귀감> 70장에서 말한다.

道人 宜應端心 以質直爲本 一瓢一衲 旅泊無累.

도를 닦는 사람들이 진실한 마음에서 질박하고 곧은 마음을 근본으로 삼는다면, 표주박 하나와 누더기 한 벌로 어디를 가나 거리낌이 없다.
표주박 하나와 누더기 한 벌로 꾸밈없이 수수하게 살아가는 수행자는 세상의 욕망을 벗어낫기에 어디를 가나 누구를 만나나 거리낌 없다. 그 마음가짐은 질박하고 곧을 것이요 그 말과 행동은 거침없이 당당할 것이다. 수행자가 진실하고 단정한 마음에서 질박하고 곧은 마음을 쓰고 산다면 욕심을 부릴 일이 없다. 욕심낼 일이 없으므로 이 몸을 잘 먹이고 치장하려고 집착하는 마음이 조금도 있을 수 없다. 수행자는 소박한 음식과 몸을 가릴 수 있는 옷 한 벌이면 살아가는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불유교경(佛遺敎經)>에서 수행자에게 소욕의 삶을 닦아 익힐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대 비구들이여, 아첨하는 마음은 도(道)와 서로 어긋나는 것이니, 이 때문에 질박하고 곧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느니라. 아첨하는 마음은 오로지 상대방을 속이는 짓이니, 도에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이 마음이 옳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만 한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단정한 마음에서 질박하고 곧은 마음 쓰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만 된다. 그대 비구들이여, 욕심이 많은 사람은 이익을 챙기려는 마음이 많기 때문에 고뇌가 많을 것이요, 욕심이 적은 사람은 구하려는 마음이 없기에 근심 걱정이 없을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다만 욕심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대들은 ‘욕심 없는 삶’을 닦아 익혀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욕심 없는 삶’이 모든 공덕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에 무엇을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 욕심이 없는 사람은 아첨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지 않고, 또한 어떤 좋은 경계라도 욕심이 없어 잘 속아 넘어가지를 않는다. 욕심이 적은 사람은 마음이 편안하여 근심하거나 두려워 할 일이 없다. 하는 일마다 여유가 있고 자신의 삶에 늘 모자라는 것이 하나도 없다. 욕심이 적은 사람에게는 영원한 행복이 주어지니, 이를 일러 ‘소욕(少欲)’이라 한다.”
모든 번뇌로부터 벗어난 수행자는 먹고 입는 것에 욕심을 내고 집착하지 않는다. 표주박 하나와 누더기 한 벌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이 사람이야말로 세속의 삶을 그리워하지 않는 진정한 수행자라고 할 수 있다. 서산 스님은 말한다.

佛云 心如直絃 又云 直心是道場 若不耽着身則 旅泊無累.

부처님께서 “마음은 곧은 줄처럼 써야 한다”라고 하고 또 “곧은 마음이 곧 수행터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몸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어디를 가나 거리낌이 없다.
‘곧은 줄처럼 쓰는 마음이 곧은 마음이요 곧은 마음이 곧 수행터’라고 하였으니, ‘질박하고 곧은 마음’ 그 자체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맑고 깨끗한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깨달음을 완성하는 수행터가 어디인가? 지금 바로 이 자리에 쓰는 마음 그곳일세.[圓覺道場何處 現今生死卽是]”라는 유명한 게송이 있는데, 이 게송의 뜻은 생사윤회를 하게 되는 시비 분별하는 중생의 마음자리에서 바로 질박하고 곧은 부처님의 마음을 쓰게 되면 바로 그 자리가 깨달음을 완성하는 수행터가 된다는 것이다. 표주박 하나와 누더기 한 벌로 사는 수행자의 삶을 게송으로 대지(大智) 선사는 말한다.

행작복전의하신(幸作福田衣下身) 건곤영득일한인(乾坤 得一閑人)
유연즉주무연거(有緣卽住無緣去) 일임청풍송백운(一任淸風送白雲)
일발수연도세화(一鉢隨緣度歲華) 어한역유일가사(禦寒亦有一袈裟)
무심상반백운좌(無心常伴白雲坐) 도처청산편아가(到處靑山便我家)
다행히도 법복 밑에 이내몸을 의지하여
하늘땅을 안고 사는 할 일 없는 사람이라
인연 따라 머무르다 흩어지면 가버리니
맑은 바람 부는 대로 흰 구름을 보내듯이
발우 하나 지니고서 인연 따라 살아가니
겨울 추위 막자 해도 다 떨어진 가사 한 벌
한가로운 마음으로 흰 구름을 벗 삼아서
가는 곳곳 푸른 산들 나의 집이 아니런가?

표주박 하나와 누더기 한 벌로 산 넘고 강 건너 선지식을 찾아 다녔던 옛 스님들의 자취가 그리운 시절이다. 우리는 생활하는데 필요에 의해서 무엇인가를 자꾸 갖게 된다고 하지만, 오히려 가지면 가질수록 그 소유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많다. 가지면 가질수록 욕심이 생겨 대부분 그 소유물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출가 수행자가 되어서도 세상의 명예를 탐내 윗자리를 얻고자 승단에서 권력을 좇으며 부처님을 팔아 신도들에게 돈이나 시주를 바라는 마음이 끝이 없다. 원효 스님은 이를 경계하여 처음 발심하여 출가한 수행자에게 주는 글인 <발심수행장>에서 말한다.
“배고프면 나무 열매로 굶주린 창자를 위로하고 목마르면 흐르는 물로 갈증을 멈추리라. 맛있는 음식으로 아끼고 보살펴도 이 몸뚱이는 언젠가 반드시 무너질 것이요, 부드러운 옷으로 이 몸을 감싸 치장하더라도 이 목숨은 언젠가 끝날 날이 있으리라. 절하는 무릎이 얼음처럼 차가워도 따뜻한 불을 찾는 마음이 없을 것이요, 굶주린 창자가 뒤틀려 끊기는 듯 하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찾지 않으리라
소욕하는 삶이야말로 수행자의 근본이요 도 닦는 마음을 지켜가는 바탕이 될 것이다. ■원순 스님(송광사 인월암)
2008-03-01 오후 12: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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